동포 사연 담은 편지 등으로 1만4천여 이산가족 찾아줘
가수 설운도·김국환·나태주 등 출연…가족 상봉 사연도 소개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50주년 동포 위문공연
러시아 사할린·중국 동북 3성, 일본 등의 동포를 청취자로 하는 KBS라디오 한민족 방송(AM 972Khz)의 대표 프로그램인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개설 50주년을 축하해 동포 위문 공연을 펼쳤다.

'행복한 동행'이란 주제로 21일 저녁 KBS아트홀 공개방송으로 열린 공연은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재한 중국동포, 청취자 등 200여 명이 관람했다.

가수 설운도, 김국환, 나태주, 설하윤과 소리꾼 박애리, 남상일 등이 출연해 무대를 꾸몄다.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는 일제강점기 사할린으로 징용됐다가 일본 패망 후 귀국길이 막혀 잔류한 동포들이 가족 찾기를 도와달라고 요청해와 1972년 4월 3일 생긴 프로그램이다.

이 방송을 통해 사할린 한인들이 고국의 가족과 연락이 닿을 수 있었다.

공개방송에는 사할린 한인 영주귀국 추진 운동의 대부로 꼽히는 고 박노학 씨의 아들로 동포들의 편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했던 박청규 씨가 출연해 당시에 대해 증언했다.

박 씨는 "그때는 한국과 소련이 미수교 상태라 사할린 동포들은 한국으로 직접 편지를 보낼 수 없어서 일본을 거쳐 보내왔다"며 "KBS 한민족방송에서 가족 찾는 사연을 소개했고, 그걸 사할린에서 들으려고 다들 몰래 숨어서 들었다"고 전했다.

KBS라디오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50주년 동포 위문공연
1974년부터 중국 지린성·랴오닝성·헤이룽장성 등 동북 3성과 연해주로도 청취 권역을 확대해 중국동포들의 가족 찾기 사연도 소개했다.

박천기 KBS 한민족방송 부장은 "한중 수교가 되던 1992년까지 중국동포들이 보내온 편지가 26만여 통에 이르고,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가족을 찾아준 사례가 1만4천여 건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 편지를 분석한 문형진 동덕여대 글로벌다문화학과 교수는 "당시 동포 생활상과 문화 등을 엿볼 수 있어서 사료적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방송 덕분에 가족을 찾았던 이승희·박동찬 중국동포도 이날 무대에 올라 "가족을 찾았다는 소식에 동네의 모든 조선족이 기뻐했고, 방송에서 한국 가족의 편지를 들을 때면 모두 눈물을 흘리며 상봉의 날을 고대했었다"고 회상했다.

축하무대를 관람한 이수진 전 사할린이산가족협회 회장은 "수십 년간 방송을 들으며 고국 땅을 밟게 되기를 학수고대했는데, 이렇게 와서 공개방송을 듣게 되니 감개무량하다"며 기뻐했다.

김경애 재안동포문인협회 회장과 노알렉산드라 회장도 공연 후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가 계속 동포사회와 모국이 소통하는 구심점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날 공연은 4월 2∼3일 라디오와 KBS 한민족방송 유튜브 채널에서도 즐길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