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이 보는 노동신문에도 게재…보수정당 후보 당선 신속 보도 이례적
北 "보수야당 후보 윤석열 당선"…南대선결과 이틀만에 첫 보도(종합)
북한은 남한의 대통령 선거 이틀 만인 11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대외용인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남조선에서 3월 9일 진행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보수야당인 국민의힘의 후보 윤석열이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으로 당선되였다"고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전했다.

전 주민이 다 볼 수 있는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이날 6면에 같은 내용을 게재했다.

남한 대선 결과 보도는 이틀만에 나온 것이지만 당선인 윤곽이 드러난 10일 새벽을 기준으로 하면 사실상 하루 만에 공개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북한이 남한 대선에서 보수정당 후보가 당선된 사실을 당선인 이름까지 포함해 즉각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그동안 자신들 입장에서 '달갑지 않은' 보수정당의 후보가 당선됐을 경우 보도 시점을 늦추거나 간략한 사실관계만 알리곤 했다.

북한이 남측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연연하지 않겠다며 발빠르게 보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한 문장으로 짤막하게 보도한 데서 보수정당 후보 당선에 대한 불편한 속내가 엿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북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2012년 제18대 대선 때 박 전 대통령의 이름조차 거론하지 않을 정도로 첫 보도의 내용과 형식 모두 단출했다.

당시 중앙통신은 선거 이튿날인 12월 20일 밤 대선 결과를 처음 보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과 득표율 등을 생략한 채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되였다고 한다"고 한 문장짜리 기사를 송고했다.

특히 2007년 12월 19일 제17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당시에는 무려 일주일간 침묵을 지켰다.

그해 12월 26일 조선신보가 처음으로 가십성 칼럼인 '메아리'를 통해 이 전 대통령 당선이 '보수의 승리, 진보의 패배'란 구도가 아니라 경제문제 때문이었다고 주장하며 남북협력 관계와 북미관계 개선 흐름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상대적으로 대북 문제에 우호적인 진보정부가 들어설 경우 보도량은 증가했다.

5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2017년 5월 9일) 때는 다음날 북한 입장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정권교체를 이루어낸 민중의 힘"이라며 발 빠르게 첫 소식을 전했다.

이어 조선중앙통신도 5월 11일 '남조선에서 제19대 대통령선거 진행'이라는 제목으로 4문장짜리 기사를 타전했다.

아울러 2002년 12월 19일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 당선 때도 북한 매체들은 대선 이틀 뒤인 12월 21일 일제히 보도했다.

당시 매체들은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 노무현이 당선되고 한나라당 후보 이회창이 패했다"며 "6·15공동선언을 반대하고 반공화국 대결을 고취하는 세력은 참패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했다.

1997년 12월 18일 제15대 대선 때는 사흘 만인 12월 21일 김대중 전 대통령 승리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비교적 건조하게 선거 결과를 보도했다.

당시 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남조선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돼 정권교체가 이뤄지게 됐다"며 외신을 인용해 당선인 앞에 난제가 산적했다고 소개해 '국민의 정부' 출범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