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어제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국제 정세와 실물·금융시장에 일파만파의 충격파를 던졌다. 국제 유가는 당장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했고, 곡물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와 국내 증시가 일제히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1200원대로 치솟았다. 에너지와 곡물 수입 의존도가 절대적인 한국으로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대로면 올해 성장과 물가, 고용 등 줄줄이 타격이 불가피한 비상사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심각성을 더한다. 유럽 안보지도 재편을 노리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이 낮고, 미국 등 서방 국가도 푸틴의 야욕에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선 마당이다. 특히 러시아는 세계 원유의 12%, 천연가스의 25%를 생산하고, 우크라이나는 주요 곡물 수출국이다. 국제사회 제재로 에너지 공급과 곡물 수출이 틀어막히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를 수밖에 없다. 정유·철강·자동차·조선·항공 등 국내 주력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공급망 파동으로 원자재 값이 급등한 마당에 달러화 강세까지 겹쳐 무역수지는 3개월째 적자다. 한국은행이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1%로 전망했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역·재정 ‘쌍둥이 적자’에다 물가 급등, 소비 위축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마저 밀려온다면 우리 경제는 그야말로 한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지경에 빠질 수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진출한 주요 기업들도 연쇄 타격이 우려된다.

미국과 EU, 일본 등이 속속 러시아 제재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더 이상 미온적으로 대처할 처지가 아니다. 대(對)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서 국내 경제 파장 최소화에 주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탈원전 외곬 등 기존 정책방향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봐야 한다. 전쟁 장기화 땐 적극적 재정정책이 불가피할 텐데, 대통령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퍼주기식 포퓰리즘 일변도 공약으로 인플레를 부채질할 때가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강대국들 간 진영 대결 양상을 띠면서 ‘신(新)냉전’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북한·중국·러시아가 가까워지고, 이를 뒷배 삼아 북한이 도발에 나설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외교·안보의 중대 위험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어떤 복안이 있는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 모든 익숙한 것을 새로 검토하고, 더 큰 파장에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