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와 경쟁하며 익룡 덩치 커졌다는 가설 '흔들'
밀물과 싸워 건져낸 1억7천만년 전 최대 익룡 화석
스코틀랜드 북서부 낙도인 스카이(Skye)의 바닷물이 드나드는 조간대(潮間帶)에서 약 1억7천만 년 전 하늘을 날던 최대 익룡 화석이 거의 완벽한 상태로 발굴됐다.

이 익룡은 날개폭이 약 2.5m로 앨버트로스(신천옹)와 비슷한 크기이지만 쥐라기 시대에는 날아다니는 생물 중에서는 가장 컸던 것으로 제시됐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스코틀랜드 켈트인의 고유어인 게일어로 '날개 달린 파충류'를 뜻하는 '자크 스키안아크'(Dearc sgiathanach)라는 학명이 부여된 이 익룡은 썰물 때 바닷물이 빠지면서 드러난 섬 해안의 석회암에 턱뼈 부위가 노출되면 발굴로 이어졌다.

고생물학 박사과정 대학원생이 현장 답사 중 이를 처음 찾아냈으며 밀물의 파도와 싸우며 여러 날에 걸쳐 다이아몬드가 박힌 톱 등으로 암석을 잘라낸 끝에 가장 완벽하게 보존된 익룡 화석을 얻게 됐다.

밀물과 싸워 건져낸 1억7천만년 전 최대 익룡 화석
자크는 성체가 되기 전 익룡으로 속이 비어있는 가벼운 뼈와 호리호리한 몸 구조 등으로 인해 몸무게가 10㎏을 넘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됐다.

익룡 성체는 날개폭이 약 3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두개골은 길쭉하고 꼬리는 길고 뻣뻣했으며 날카로운 이빨은 입을 다물었을 때 서로 엇갈리며 우리 형태가 돼 먹이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익룡이 적도에 가까운 아열대의 작은 섬들만 있던 이 일대를 날아다니며 물고기와 오징어를 잡아먹었을 것이라고 했다.

익룡은 약 2억3천만 년 전에 출현했지만, 속이 비어있는 뼈의 두께가 종잇장보다 얇을 때가 많아 화석으로 발견되는 것이 많지 않다.

하지만 자크 화석은 "3차원 구조를 유지하며 거의 완벽하게 보존돼 살아 있었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고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된 관련 논문의 제1 저자인 에든버러대학 고생물학자 나탈리아 야기엘스카가 밝혔다.

논문 공동 저자인 에든버러대학 고생물학 교수 스티브 브루새트는 1800년대 초 공룡 연구에 큰 업적을 남긴 여성학자 매리 애닝의 화석 발굴 이후 영국에서 이뤄진 최대의 성과라고 격찬했다.

밀물과 싸워 건져낸 1억7천만년 전 최대 익룡 화석
특히 이 화석은 익룡이 지금까지 여겨졌던 것보다 훨씬 더 이전에 덩치를 키웠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됐다.

과학자들은 익룡이 약 2천500만 년 뒤인 백악기가 돼서야 자크만큼 커진 것으로 분석해왔다.

대부분 갈매기와 비슷한 크기였다가 약 1억5천만 년 전에 등장한 조류와 경쟁하면서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으며, 이후 백악기 말기인 6천800만 년 전에 등장한 케찰코아틀루스(Quetzalcoatlus)는 날개폭이 11m로 F16 전투기 크기의 덩치를 보였다.

브루새트 교수는 "백악기에 일부 익룡의 몸집이 거대해지고, 자크는 이에 비길 수는 없지만 1억 년 가량 앞서 살았다"면서 "큰 몸집을 갖게 진화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류가 출현해 하늘을 놓고 서로 경쟁하면서 익룡의 덩치가 커지기 시작했다는 가설이 제기돼 있다"면서 "하지만 자크는 조류가 출현하기 전에 이미 현대 조류 중 가장 큰 종만큼 커져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어서 기존 가설을 망쳐놓았다"고 덧붙였다.

밀물과 싸워 건져낸 1억7천만년 전 최대 익룡 화석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