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낙수 마찰열로 급속히 녹아 해수면 상승 유발
그린란드 빙상, 얼음 녹은 물로 '세계 최대 댐' 변신
그린란드 빙상의 바닥이 표면에서 녹아떨어지는 엄청난 양의 융수(融水)로 인해 급속하게 녹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융수가 빙상 표면에서 바닥까지 1㎞ 이상 흘러내리며 대형 댐이 전기를 생산하듯 열을 형성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스콧 극지연구소'의 포울 크리스토퍼슨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빙상 표면에 형성되는 융수의 중력에너지가 얼음이 갈라진 틈을 통해 바닥으로 떨어지며 열에너지로 전환되는 현상을 발견해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최신호에 발표했다.

그린란드 빙상에서는 매년 여름 기온이 오르고 일사량이 늘면서 수천 개의 융수 호수와 개울이 만들어진다.

빙상 위에 호수를 형성한 물은 대부분 얼음 사이 틈을 통해 금세 바닥으로 빠져나가지만 개울 등을 통해 얼음 녹은 물이 계속 흘러들면 이 틈은 바닥까지 계속 열려있게 된다.

연구팀은 그린란드 빙상 중 융수의 가장 큰 유출구 중 하나로 꼽히는 스토어 빙하(Store Glacier)에 초점을 맞춰 호수의 물이 급속히 빠져나가는 과정과 이유, 빙상 전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7년간 분석했다.

연구팀이 전파 음향 측심법을 이용해 측정한 빙상 바닥의 해빙 속도는 기상관측소에서 측정한 빙상 표면의 해빙과 비슷하게 높게 나타났다.

빙상 바닥의 해빙 속도가 햇빛을 직접 받는 표면과 비슷한 것은 무언가 또 다른 열원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팀은 이를 낙수 에너지에서 찾았다.

크리스토퍼슨 교수는 "빙상 바닥의 해빙을 연구할 때 지열이나 마찰 에너지 등을 들여다봤지만 흘러내리는 융수가 생성하는 열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면서 "빙상 표면에 형성된 물은 막대한 중력 에너지를 갖고있으며 틈을 통해 떨어질 때 이 에너지가 어디론가는 가야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4년 여름에 매일 8천200만㎥의 융수가 스토어 빙하의 바닥에 떨어졌으며, 절정기에 이런 낙수로 인한 에너지가 세계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중국 싼샤(三峽)댐의 발전량에 맞먹는 것으로 추산했다.

여름이 절정에 달할 때 얼음 녹은 지역이 거의 100만㎢에 달해 세계 10대 수력발전소를 모두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력에너지를 생성하는 것으로 지적했다.

연구팀은 레이더로 측정한 빙상 바닥의 빠른 해빙 속도를 검증하기 위해 인근 시추공에 설치한 센서로 온도를 측정한 결과, 해빙점이 -0.40℃인 바닥의 수온이 0.88℃에 달해 예상외로 높게 나타났다.

크리스토퍼슨 교수는 "시추공 센서 결과는 융수가 바닥에 닿을 때 열을 받는다는 점을 확인해줬다"면서 바닥의 배수 시스템이 물이 내려온 얼음 틈보다 효율이 떨어져 물 자체의 마찰열을 유발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낙수로 유발된 열이 얼음을 바닥부터 녹이고 있으며 우리가 보고한 해빙 속도는 완전히 유례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의 해수면 상승을 예측할 때 아직 포함하지 않은 빙상의 질량 손실 메커니즘에 대한 구체적인 첫 증거를 제시해주는 것으로 지적됐다.

그린란드는 현재 해수면 상승을 가장 많이 유발하는 곳으로 꼽히고 있다.

그린란드 빙상, 얼음 녹은 물로 '세계 최대 댐' 변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