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반말 해설에 전문성 훼손 비판도…인기종목 중복 중계 관행 여전
SBS 쇼트트랙 등 주요경기 시청률 우위…"전반적으로 관심 낮은 올림픽"
[올림픽] 방송3사 소신발언·침묵해설로 공감…쇼트트랙 최고 시청률(종합)
방송팀 = 지난 4일부터 이어진 제24회 베이징동계올림픽이 20일 막을 내린다.

4년 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겨울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이번에도 메달권에 들지 못한 비인기 종목은 소외되고 인기종목에 대한 지상파 3사의 중복 편성도 여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해설의 경우 '메달 타령' 위주의 관행에서는 벗어났지만,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 해설자들이 흥분한 채 고성을 지르는 패턴은 어김없이 반복됐다.

[올림픽] 방송3사 소신발언·침묵해설로 공감…쇼트트랙 최고 시청률(종합)
◇ '편파 판정'·'도핑 파문' 얼룩…해설진도 분개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얼룩졌다.

지상파 3사 해설자들은 일련의 사건에 국민과 함께 분개하고, 소신 발언과 '침묵 해설' 등으로 공감을 샀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나란히 페널티를 받으며 실격하자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정말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가 있어야 할 자리(결승전)에 없다.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강도 높은 발언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과도하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배성재 SBS 해설위원은 남자 쇼트트랙 계주 준결승을 중계하면서 "중국이 무혈입성합니다", "쇼트트랙 자유이용권을 얻은 듯한 중국" 등 다소 강한 어조로 편파 판정을 꼬집었다.

SBS는 쇼트트랙 경기에서 중국 선수들이 반칙한 장면을 모아 편집해 7분 남짓한 영상 '이것이 반칙이다, 쇼트트랙 반칙 워스트(WORST) 10'을 방송하기도 했다.

'도핑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카밀라 발리예바가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경기에는 지상파 3사 모두 발리예바 연기에 '침묵 중계'를 해 주목받았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놨다.

[올림픽] 방송3사 소신발언·침묵해설로 공감…쇼트트랙 최고 시청률(종합)
◇ '고성·반말 해설' 구설…개회식 국가소개 이미지 지도로 통일
일부 해설진은 지나치게 감정에 치우친 중계로 시청자들의 지적을 받았다.

정보 전달보다는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성을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스스로 전문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K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인 이상화는 '반말 해설'로 논란이 됐다.

이상화는 지난 12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선에서 차민규 선수의 레이스를 중계하며 "야, 야, 여기! 야, 여기 봐", "이야! 은메달 잘했다.

잘했다"라며 반말로 해설해 비판을 받았다.

KBS에서 컬링 중계를 한 이재호 해설위원과 최승돈 캐스터도 한국 대표팀이 저조한 점수를 내자 한숨을 쉬는 등 실망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이상화·이재호 해설위원과 최승돈 캐스터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금메달을 못 따더라도 선수들의 노력에 대한 스토리를 이끌어내는 부분은 올림픽 중계가 발전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제대로 된 경기 해설이 아닌 선수의 이름만 외치며 팬심을 드러내듯 감정을 토로하는 해설은 여전히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베이징올림픽 개회식 중계는 지난해 도쿄하계올림픽 때 MBC 중계사고를 의식한 듯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사용했다.

지상파 3사는 이번 베이징올림픽 개회식에서는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이미지로 일제히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방송사마다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개회식이 심심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올림픽] 방송3사 소신발언·침묵해설로 공감…쇼트트랙 최고 시청률(종합)
◇ 최고 시청률 쇼트트랙…비인기 종목 소외는 여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올림픽 중계를 할 때 채널별로 최대한 겹치지 않게 편성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인기 종목은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중계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지난 18일까지 닐슨코리아의 누적 총 시청률 기준 이번 올림픽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한 경기는 40%대를 기록한 쇼트트랙이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의 지상파 3사 시청률 합은 46.6%로 가장 높았고, 남자 대표팀 5,000m 계주 경기가 43.8%,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여자 1,500m 결승 경기가 41.2%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이 나온 스피드스케이팅은 30% 안팎의 시청률을 보였다.

김민석이 동메달을 획득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 시청률 합은 30.9%, 차민규가 은메달을 딴 남자 500m 경기는 26.9%로 집계됐다.

일본을 10-5로 꺾은 컬링 6차전 경기가 23.7% 시청률을 나타냈고, '김연아 키즈' 유영과 김예림이 '동반 톱10'을 달성한 피겨스케이팅 경기도 20%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메달권에서 거리가 먼 바이애슬론, 노르디복합 등 비인기 종목은 중계 자체에서 소외되는 경향을 보였다.

KBS는 1TV와 2TV 두 개 채널을 통해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등 비인기 종목도 고루 편성하려 애썼지만, 인기 종목과 경기 시간이 겹치는 경우 어김없이 비인기 종목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지난 14일 오후 9시 40분 열린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예선 경기는 같은 날 8시께 시작된 여자 컬링 한일전에 밀려 중계되지 않았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여러 종목을 다양하게 편성해야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호할 수 있는데 인기종목을 중복으로 편성하는 일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며 "중계를 책임진 지상파 3사가 협의를 통해 편성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SBS 시청률 우위…"전반적으로 관심 낮았던 올림픽"
주요 경기 시청률을 보면 첫 금메달이 나온 쇼트트랙 남자 1,500m 결승은 SBS가 19.9%로 MBC(10.7%), KBS(10.2%)와 격차를 벌렸고, 나머지 쇼트트랙 경기와 한국이 10-5로 일본을 꺾은 컬링 한일전, 차준환이 '톱5 쾌거'를 이룬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등 주요 경기에서도 SBS가 1위를 차지했다.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는 방송 3사가 비슷한 수준의 시청률을 보였는데,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 나온 남자 1,500m와 마지막 메달이 나온 남자 매스스타트 결승은 KBS, 차민규가 은메달을 목에 건 남자 500m 경기는 SBS의 시청률이 가장 높았다.

앞선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KBS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해설, MBC는 다이내믹한 해설, SBS는 재치 있는 해설이 특징으로 꼽혔다.

채널별로 주목받은 해설진을 보면 KBS는 개회식 때 풍부한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각 퍼포먼스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과거 올림픽과의 차이,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세세히 짚어내며 전문성이 돋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SBS는 대형 국제 스포츠 행사와 스포츠 예능을 맡으며 '스포츠 전문 아나운서'로 자리 잡은 배성재 쇼트트랙 캐스터의 입담이 주목받았고, MBC는 컬링 종목에서 정확한 전략 분석을 차분하게 전한 신미성 해설위원과 현역 선수로 친근하게 컬링의 매력을 전한 김민지 해설위원의 호흡이 잘 맞아떨어졌다는 반응을 얻었다.

정덕현 평론가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은 전반적으로 대중의 관심이 떨어졌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코로나19, 중국과의 관계 등도 영향을 미쳤고 시기가 대선과 맞물리다 보니 관심이 흩어진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상파 3사로서는 드라마 결방 등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고, 오히려 올림픽 중계가 겹친 시간대의 종편이나 케이블이 반사이익을 보는 등 이번 올림픽을 통해 낸 성과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