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역사박물관, 내년 3월까지 특별전…자료 약 250건 공개
"광화문은 역사성·정치적 상징성·공공성 혼재된 복합적 공간"
'한국 대표 상징공간' 광화문 76년 변천사 한자리서 본다(종합)
'광화문'(光化門)은 조선시대 으뜸 궁궐인 경복궁의 정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인에게 광화문은 웅장한 문이자 문 앞에서 세종대로 사거리까지 뻗은 공간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래서 광화문은 점(點)이면서 선(線)이고, 또 면(面)이다.

복원된 건축물인 광화문은 점, 자동차와 행인이 활발히 오가는 거리는 선, 사람들이 이따금 운집하는 광장은 면이라고 할 수 있다.

광화문은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고, 사람에 비유하자면 수많은 사건을 현장에서 지켜본 중요한 목격자였다.

광복 이후 76년이 흐르는 동안 경관이 수시로 바뀌고, 많은 이야기가 켜켜이 쌓였다.

'한국 대표 상징공간' 광화문 76년 변천사 한자리서 본다(종합)
광화문 한편에 자리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대한민국 대표 상징공간'인 광화문이 현대에 겪은 변화상을 재조명하는 특별전 '공간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 광화문'을 1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연다.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6일 간담회에서 광화문이 지닌 의의에 대해 "조선왕조의 중심이었다는 역사성, 한국 정치·외교의 중심이라는 정치적 상징성, 시민 문화 활동과 집단적 의사 표현이 이뤄지는 공공성이 혼재된 복합적이고 중층적인 공간"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크게 4부로 나뉜다.

각각의 소주제는 '다시 찾은 광화문', '광화문 거리 개발과 건설', '광화문 거리의 현대적 재구성', '광화문 공간의 전환'이다.

바닥에 있는 화살표를 따라가다 보면 시간에 따라 변화한 광화문 모습을 만나게 된다.

'한국 대표 상징공간' 광화문 76년 변천사 한자리서 본다(종합)
출품된 자료는 약 250건으로, 사진·신문기사·영상이 많다.

도입부에 흐르는 대형 흑백 영상은 현재 광화문의 모습을 담았지만, 꽤 오래전에 촬영된 듯한 아련한 느낌을 준다.

또 벽면 곳곳에 걸린 사진을 보면 1945년 신탁통치 반대운동, 1960년 4·19 혁명, 1965년 한일협정 비준 반대 시위, 1987년 민주항쟁, 2002년 한일월드컵 응원 등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광화문이 주요 무대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유물과 실물 자료 중에는 이순신 동상 모형, 시민회관 개관 당시 소책자,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명패, 피맛골 철거 당시 상점에서 수집한 전화기·바구니·플라스틱 의자 등이 눈길을 끈다.

'한국 대표 상징공간' 광화문 76년 변천사 한자리서 본다(종합)
이번 전시는 세종대로 좌우에 호위하듯 늘어선 건물들이 세워진 연유를 흥미롭게 소개한 점도 특징이다.

예전에 국가재건최고회의를 시작으로 경제기획원, 재무부, 문화부 등이 사용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물과 그 옆에 서 있는 쌍둥이 건물인 미국대사관은 광화문 현대화의 상징으로 1961년 준공됐다.

미국대사관 맞은편 세종문화회관 자리에는 1972년 화재로 소실된 시민회관이 있었다.

시민회관은 이른바 '우남회관'으로 알려진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으로 지어졌으나, 4·19 혁명이 일어나면서 용도가 바뀌었다.

광화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형물인 충무공 이순신 동상은 1968년 4월 들어섰고, 1980년대에는 교보빌딩과 현재 KT 광화문지사인 국제통신센터 등이 생겨났다.

김권정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정부는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뒤 도심 스카이라인을 계획하고 고층빌딩 건설을 독려했다"며 "그 과정에서 광화문 일대의 오래된 주택과 식당, 명문 학교와 학원, 출판사와 서점 등이 강남 혹은 주변 지역으로 이전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대표 상징공간' 광화문 76년 변천사 한자리서 본다(종합)
세종대로 주변 모습이 1980년대 사실상 완성됐다면, 1990년대 이후에는 경복궁 근정전 앞을 가로막은 옛 조선총독부 건물을 허물고 1968년 콘크리트로 지은 광화문의 제 위치를 찾아 나무로 복원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광화문을 자동차 대신 사람이 중심이 되는 공간으로 정비하는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김 연구사는 "광화문 광장은 내년에 새로운 모습으로 재개장한다"며 "광장을 다양한 가치와 주체, 활동이 공존하고 융합하는 열린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 전시는 서울역사박물관이 열고 있는 '한양의 상징대로, 육조거리', 국립고궁박물관이 진행 중인 '고궁연화'(古宮年華)와 연계해 기획됐다.

세 박물관을 돌며 전시를 보면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광화문과 경복궁 일대의 역사적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