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마이 카' 개봉…"히로시마 배경, '재생' 주제에 잘 맞아"
"원작자 무라카미 하루키, 관람 후 '어디까지가 내가 쓴 거냐' 물어"
하마구치 류스케 "칸영화제 각본상, 봉준호 등 선배 감독 덕분"
"최근 고레에다 히로카즈, 봉준호 등 선배 감독들이 있었던 덕분에 제 작품인 '드라이브 마이 카'가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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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은 일본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를 연출한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은 16일 한국 언론과 한 화상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앞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됐던 이 영화는 오는 23일 개봉해 본격적으로 국내 관객을 만난다.

봉준호 감독이 하마구치 감독의 팬이라는 사실을 공공연하게 밝혀온 데다 이 작품을 두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터라 관객들의 기대감이 크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봉준호 감독과 대담도 했던 하마구치 감독은 "제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큰 기운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제가 했던 어떤 경험보다 흥미로웠고 행복했습니다.

애정을 갖고 깊이 있는 시선으로 제 작품을 봐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죠. 봉 감독님은 마치 저를 연출하듯이 대담을 이끌었는데, '넌 이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을 거야'라고 말하는 것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도발도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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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구치 류스케 "칸영화제 각본상, 봉준호 등 선배 감독 덕분"
'드라이브 마이 카'는 죽은 아내에 대한 상처를 가진 남자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가 전속 운전사 미사키(미우라 토코)를 만나면서 아픔을 치유하고, 내면의 감정을 바라보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세계적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집 '여자 없는 남자들'에 실린 동명의 단편을 뼈대로 했다.

하마구치 감독은 판권 사용을 허락받기 위해 무라카미에게 직접 편지를 부치고 이후 시나리오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소설 속에 나오는 '자기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마주할 것인가'라는 말이 마음에 강렬하게 남았다"며 무라카미 소설을 영화화한 배경을 밝혔다.

각색을 통해 원작과 일부 달라진 점은 있지만 가후쿠와 미사키의 '관계성'만큼은 그대로 살렸다고 그는 말했다.

"두 사람이 차 안에서 계속 대화를 나누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이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는 않지만, 말을 하게 되면 진정성을 갖고 털어놓으려고 하잖아요.

두 캐릭터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하는지 집중하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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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성된 영화를 본 무라카미는 현지 인터뷰에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내가 쓴 부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제게는 최고의 칭찬이었다"며 "한국에 무라카미 팬들이 워낙 많다고 들어서, 관객들이 어떻게 영화를 봐주실지 기대된다"고 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칸영화제 각본상, 봉준호 등 선배 감독 덕분"
영화는 당초 가후쿠가 부산의 연극제에 참가한다는 설정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부산 로케이션이 취소되며 히로시마로 촬영 현장이 바뀌었다.

부산을 대신할 일본 국내 도시를 물색하던 중 미사키의 고향인 홋카이도와 어느 정도 거리가 있고, 영화 단체인 필름 커미션의 지원을 받을 수 있어 히로시마를 택하게 됐다고 한다.

하마구치 감독은 "이건 일본의 입장이긴 하지만, 가후쿠와 미사키가 재생해나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비슷한 의미가 있는 히로시마가 잘 맞지 않았나 싶었다"고 설명했다.

영화에는 한국인 배우들도 출연한다.

부부를 연기한 박유림, 진대연과 안휘태 등이다.

박유림은 청각장애인 역할을 맡아 대사 없이 수어로만 연기했다.

예전부터 수어 연기가 들어간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는 하마구치 감독은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게 된 건 박유림이 엄청난 연습을 바탕으로 수어 연기를 잘 소화해냈기 때문"이라고 칭찬했다.

하마구치 류스케 "칸영화제 각본상, 봉준호 등 선배 감독 덕분"
'아사코', '해피아워', '우연과 상상' 등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동시에 끌어낸 작품을 선보인 하마구치 감독은 일본의 차세대 거장으로 꼽힌다.

1978년생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지만 일본 현지에서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영화제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에는 '우연과 상상'으로 베를린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은곰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감사한 일이지만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어떤 식으로 제 작품을 평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아시아 영화에 대한 관심은 계속 있었어요.

최근 세계 영화제에서 아시아 영화에 기대감이 높다는 것도 체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낼 텐데 이런 신뢰가 계속 이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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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