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베스트 검시조사관' 선발된 서울청 김진영 보건주사
"단순 사망 같지만 검시 통해 타살 밝혀내기도 하죠"
"가끔 현장에서 '이건 단순 변사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하면 수사관들도 당황하죠. 알지만 이야기해야 할 때가 있어요.

저희 활동으로 묻히는 죽음 중 수면 위로 드러나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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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올해 처음 선정한 '베스트 검시조사관'을 수상한 서울경찰청 검시조사관 김진영(45) 보건주사는 최근 연합뉴스와 만나 "검시조사관이 도입된 지 15년 정도 됐는데 활동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경찰청 차원에서 상도 주시고 해서 동료들도 기뻐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김 조사관을 비롯해 서울에 총 19명, 전국에 200명가량의 검시조사관이 활동 중이다.

단순 변사로 보이는 사건 중에도 이들의 판단과 검시를 거쳐 아동학대, 노인학대 등 타살로 확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경찰은 적극적으로 검시조사관 선발을 확대하고 있다.

경쟁률도 50대 1가량 된다고 한다.

김 조사관은 검시조사관들 중에서도 다소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양대 공대를 졸업하고 삼성SDS에서 2~3년 일했던 그는 간호사였던 아내와 미래를 구상하다가 28세에 다시 간호대에 도전해 졸업했다.

이후 서울아산병원 수술실과 중환자실 등에서 2년여 근무하다가 경찰의 채용 공고를 보고 응시해 합격했다.

"친구가 '너 한 번 해봐' 제안해서 하루 전날 아내도 모르게 원서를 냈는데 합격했죠. 그래도 아내가 격려를 많이 해줬어요.

사실 사기업에 비하면 월급도 적고 또 사건을 다루다 보니 부담도 있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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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조사관은 최근 2년 동안에만 자살로 추정되는 변사 중 타살 혐의점 7건을 발견했고, 인도네시아 한인 타살 의심 사건을 현장 출장을 통해 자살로 규명해내기도 했다.

김 조사관은 딱히 병력이 없어 사인 불명으로 처리될 뻔했던 여성의 변사 사건을 소개하기도 했다.

여성의 입술에 화학적 부식이 있는 느낌이 들어 수사관들에게 '좀 더 살펴보자'고 제안했고, 보강 수사가 진행됐던 사안이었다.

"고인의 집에 가보니 피를 토하면서 손을 문 흔적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부검을 강력하게 권고했는데, 부검 결과 아니나 다를까 청산가리가 검출됐어요.

더 수사해보니 남편의 내연녀가 독극물을 구매하고 그런 영상들이 확인됐죠. 당사자는 부인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25년형을 선고받았다고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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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조사관은 이어 "어르신들이 화장실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고 신고됐지만 알고 보면 타살인 경우도 있고 다양한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단순 사망 같지만 검시 통해 타살 밝혀내기도 하죠"
검시조사관들은 하루 24시간 꼬박 근무하고 이틀을 쉬는 방식으로 근무한다.

그만큼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고된 일이다.

김 조사관도 그렇게 한 달에 50건 내외를 검시한다.

김 조사관은 "중환자실 업무도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검시조사관 일도 사연 있는 사망자들과 만나는 일이라 부담이 있다"고 했다.

그는 심장표지자의 정량 분석을 통한 사망 시간 추정 연구를 국내에서 최초로 진행하는 등 학회 활동도 부지런하게 하고 있다.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경우 사후 채혈과 심장표지자라는 효소를 활용해 사망 시간을 추정하는 내용이다.

김 조사관은 "3~4년 정도 경험이 쌓이다 보니 학회 발표도 해보고 싶어져 유의미한 통계를 찾아보게 됐다"며 "중독사에 대해 연구도 해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검시조사관들이 시신 검안을 책임지고 진행할 수 있도록 법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에서 어떤 조건으로, 어떤 제도적인 보호를 받으면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규정된 법이 아직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법적으로 보장을 받아 검시조사관 주도로 수사 방향을 결정하기도 하고 증거 채취도 하거든요.

아직 역사가 길지 않으니 개선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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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