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CTO / 사진=신경훈 기자
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CTO / 사진=신경훈 기자
.
“궁극적인 목표는 인공 심근조직을 만드는 것입니다. 일종의 세포치료제라고 할 수 있죠. 목표를 위해서 지금은 주춧돌 격인 인공지지체부터 차근차근 연구를 쌓아 올리고 있습니다.”

심진형 티앤알바이오팹 CTO는 회사의 미래 청사진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3D 프린터 기술을 이용해 뼈와 뼈 사이를 잇는 생분해성 인공지지체(스캐폴드)를 제작하는 회사다. 포항공대에서 3D 바이오프린팅으로 박사과정을 밟던 심 CTO는 연구실 선배였던 윤원수 대표, 지도교수인 조동우 기술고문과 함께 2013년 티앤알바이오팹을 공동창업했다.

이 회사가 제작하는 스캐폴드는 생분해성 물질인 ‘폴리카프로락톤(PCL·Polycaprolactone)’을 이용한다. 3~4년이 지나면 체내에서 안전하게 분해된다. 심 CTO는 “주요 장기의 세포는 뼈와 같은 지지대에 달라붙어서 분열하는 부착성 세포이기 때문에 스캐폴드가 있어야 재생이 가능하다”며 “스캐폴드는 손상 조직이 정상적으로 재생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이후 조금씩 분해된다”고 말했다.

존슨앤드존슨과 손잡고 경조직 이어 연조직까지 개발 순항
티앤알바이오팹은 2014년 턱 하관에 골육종암이 발생해 뼈 일부를 제거한 20대 환자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기여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이런 경우 대개 다리뼈를 이식하는데, 직선 형태인 다리뼈로는 얼굴을 되돌리는 데 한계가 있다. 티앤알바이오팹은 환자의 턱선을 그대로 복원한 스캐폴드를 제작해 다리뼈 위에 감싸 이전과 동일한 안면 형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심 CTO는 “이후 지금까지 약 5만 건의 안면 재건술에 우리 회사 제품이 사용됐지만 아직까지 심각한 부작용이 1건도 보고되지 않았다”며 “높은 생착률과 안전성으로 관련 매출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2억 원대에 머물렀던 스캐폴드 분야 매출은 지난해 10억 대로 약 5배가 늘었다.

올해 2월에는 개두술(두개골을 여는 수술)로 발생하는 두개골의 구멍을 메우는 ‘두개골 스캐폴드’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이 영향으로 올해 2분기까지 스캐폴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가량 상승했다.

안면 재건에 사용되는 스캐폴드는 대부분 개인 맞춤으로 제작되지만, 두개골 스캐폴드의 경우 의료기기에 따라 구멍의 크기가 정해져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 더구나 기존에 사용되는 골시멘트는 체내에서 분해가 되지 않아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는 상황. 심 CTO는 “기존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중국과 유럽 등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능성을 본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비브라운은 지난해 티앤알바이오팹과 공동연구 협약을 맺고, 두개골 스캐폴드의 판매를 담당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안면 골격, 두개골 등 경조직 스캐폴드에 이어 연조직 스캐폴드 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 2월 글로벌 제약사인 존슨앤드존슨과 연조직용 스캐폴드 개발을 위한 공동연구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심 CTO는 “기존 제품과 조금 다른 점이라면 스캐폴드에 세포외기질(ECM)을 추가했다는 점”이라며 “조직 재생의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세포외기질은 세포를 둘러싸고 있는 물질로, 세포가 자라기 위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한다. 조직마다 구성 성분이 조금씩 달라, 표적 조직에 적합한 세포외기질을 제작하고 적절한 강도나 점도로 프린팅하는 것이 티앤알바이오팹의 보유 기술이다. 공동개발하는 연조직 스캐폴드는 상처 봉합, 탈장 치료, 힘줄 재건, 근막 재건 등 주로 피부나 근육 재생에 사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간 동물 이식 성공, 인공 심장에 한 걸음 성큼
세포외기질에 세포까지 넣어주면 티앤알바이오팹이 최종적으로 목표하는 인공장기가 된다. 현재 인공 심장(심근 조직)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유도만능줄기세포로도 불리는 역분화 줄기세포(iPSC)다. 역분화 줄기세포는 피부 등에서 떼어낸 체세포에 야마나카 인자를 추가해 전분화능 줄기세포가 된 것을 의미한다.

심 CTO는 “줄기세포를 무작위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을 통해 3차원 심장 구조를 먼저 파악한다”며 “이후 심근세포와 성장인자 등을 적합한 위치에 설계한 뒤 프린팅하기 때문에 생착률이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 7월 현재까지 개발한 기술을 총망라해 인공 간을 3D 프린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인공 간을 쥐 동물모델에 이식해 관련 연구를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게재했다. 논문에 따르면 인공 간은 쥐에서 안정적으로 생착했으며, 혈관이 포함된 간소엽이 구현돼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심 CTO는 “관련 기술 특허는 이미 2년 전 한국, 일본, 미국에 등록을 마쳤다”며 “인공 장기의 궁극적인 목적은 손상된 장기를 대체하는 것이지만, 여러 신약의 전임상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역할도 크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의 3D 바이오프린팅 기업인 셀링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공동으로 인공 간 개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인공장기가 차지할 수 있는 전임상 글로벌 시장은 약 26조7400억 원 규모다. 심 CTO는 “인공장기가 아직 먼 일같이 들리지만 확실한 미래 먹거리”라며 “현재 인공 심장의 전임상을 진행 중이며 2023년께 임상 1상 진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티앤알바이오팹
설립일 2013년 3월
상장 여부 코스닥 상장
주요 사업 생물학적 제제 제조업
시가총액 6821억 원(11월 5일 종가 기준)

"인공 간 동물 이식에 성공해 국제학술지 게재, 새로운 비즈니스 확장 가능"
by 박병국 NH투자증권 연구원

티앤알바이오팹은 올 7월 세계적인 학술지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3D 프린팅으로 제작한 인공 간의 동물 이식에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단 한 번의 프린팅으로 혈관의 간소엽을 구현했고, 생체 내 이식 후 안정화에 성공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재 제약산업은 전임상 독성시험 대체 분야에서 인공 장기를 주목하고 있고, 특히 독성시험이 중요한 간·신장·심장 오가노이드에 대한 관심이 크다. 이런 점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확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원 기자

*이 기사는 <한경바이오인사이트> 매거진 2021년 11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