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반도체 소재회사 섬코가 생산한 실리콘 웨이퍼
日 반도체 소재회사 섬코가 생산한 실리콘 웨이퍼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장기화하자 일본의 반도체 소재 기업들이 잇따라 생산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세계 2위 실리콘 웨이퍼(반도체 기판소재) 제조사인 섬코(SUMCO)는 총 2287억엔(약 2조4404억원)을 투자해 최첨단 반도체에 쓰이는 직경 300㎜ 웨이퍼 생산량을 대폭 늘리겠다고 1일 발표했다.

하시모토 마유키 섬코 회장은 온라인 기자회견을 통해 "기존의 제조설비로는 웨이퍼 공급이 수요를 따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섬코는 먼저 2015억엔을 들여 사가현 이마리시에 있는 기존 공장 옆에 새로운 웨이퍼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내년부터 생산라인 설치를 시작해 2023년 후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조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공장이 완전 가동되는 것은 2025년으로 예상했다. 정확한 증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하시모토 회장은 "고객사와 이미 5년간의 계약을 체결해 웨이퍼 생산량과 가격도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272억엔을 투자해 일본내 자회사의 생산설비도 늘리기로 했다. 하시모토 회장은 "대만 등 해외에 있는 생산설비도 시장 상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섬코가 증산을 서두르는 것은 실리콘 웨이퍼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서 생산량이 급속히 회복 중인 자동차 뿐 아니라 스마트폰과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실리콘 웨이퍼 제조사인 신에쓰화학공업도 공장을 완전 가동하고 있다.

섬코는 설비투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1300억엔 규모의 증자 계획도 발표했다. 일반공모 증자 방식으로 국내외 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최대 60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한다. 현재 발행주식수(2억9107만주)의 20%에 달하는 규모다.

다른 반도체 소재회사들도 속속 증산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은 한국과 대만에 주도권을 내줬지만 반도체 소재산업은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후지필름홀딩스는 2024년 3월까지 3년 동안 반도체 소재사업에 700억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시즈오카현 공장에 45억엔을 투자해 노광장치에 사용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레지스트(감광재) 생산능력을 늘리기로 했다.

스미토모화학 계열사인 스미토모베이크라이트는 중국 자회사인 쑤저우스미토모에 25억엔을 투자해 새로운 라인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세계시장 점유율 1위인 반도체 봉지재(전자회로를 외부 충격과 진동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소재) 생산능력을 1.5배 늘리기 위해서다. 아데카도 27억엔을 투자해 감광재를 증산하기로 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