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자식이 '웬수'?
부모 자식 간의 역학(?) 관계는 참으로 미묘하다. 자식이 어릴 때야 일방적으로 부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서로 애증의 관계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예외도 있지만 대체로 ‘자식의 승(勝)’으로 끝난다. ‘내리 사랑’이나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을 것이다.

소위 ‘잘나가는’ 부모를 둔 자식 중에는 영어로 ‘black sheep’이 유독 많다. ‘가족 중 홀로 말썽꾸러기’ 정도로 번역되는 말이다. 유명 정치인 자식의 비행이나 일탈, 구설수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이루 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부터 그렇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는 그는 로비스트로 활동하며 숱한 스캔들을 뿌렸고 형수와 동거, 혼외자 출생, 마약 복용 등 문란한 사생활로 유명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 씨도 종종 구설에 오른다. 미디어아트 작가인 그는 여러 차례 지자체 등의 예산 지원으로 작품을 전시했고, 그때마다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DJ 아들 홍업 씨와 YS 아들 현철 씨도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은 행보로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곤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대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국회의원, 유력 정치인의 자식이나 재벌 3·4세들의 소소한 일탈행위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터진다.

‘무자식이 상팔자’ ‘호부견자’(虎父犬子)’ ‘자식이 웬수’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모든 걸 자식 탓으로만 돌릴 수도 없다. ‘성공한 부모’가 주는 압박감이 자식을 일탈로 몰아가기도 한다. 부모가 원인을 제공하는 경우도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례에서 보듯 비뚤어진 자식 사랑이 부정행위로 이어지기도 한다.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위장전입도 같은 맥락이다.

문준용 씨 저격수로 유명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화천대유에서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곽 의원은 아들 채용에 관여했다고 한다. 역시 화천대유 직원인 박영수 전 특검의 딸은 회사 보유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직원 16명 회사에 고관대작의 자식이 득실대는 건 결코 우연이라고 보기 어렵다.

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다. 무한 애정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일그러진 자식 사랑이 부모와 자식 모두를 수렁으로 밀어넣을 수도 있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