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의 비밀 다룬 샘 킨의 책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

로마 황제 카이사르가 "브루투스, 너마저?"를 외치며 내쉰 마지막 숨을 지금의 우리가 들이마실 수 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우리는 숨을 들이쉴 때마다 그토록 먼 시간을 뛰어넘어 카이사르의 숨결의 일부를 마시고 있다.

물론 이것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공기를 공유한다.

이는 시공을 초월한다.

수수만년 전의 공기를 현시대의 사람과 짐승, 식물이 나눠 마시고, 지금 이 시대의 공기를 미래의 생명체들이 또한 마실 것이다.

그렇다고 보면 모든 생명체는 공기를 공유하는 존재의 동반자들이다.

보이지 않는 공기는 우리 환경에서 단일 대상 중 가장 중요하다.

음식물이나 고체가 없어도 몇 주 동안 살 수 있다.

물이나 친구 없어도 며칠은 살 수 있다.

하지만 공기가 없다면, 기체가 없다면 우리는 몇 분도 채 살지 못한다.

색도 없고, 냄새도 없고, 형체도 없어 그 자체로 무(無)와 다름없어 보이는 공기. 이 공기가 모든 존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실로 막대하며,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내일도 그럴 것이다.

이처럼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건만 우리는 그 가치와 고마움을 잊고 지내곤 한다.

샘 킨의 저서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은 우리가 들이마시는 모든 종류의 기체에 얽힌 이야기들을 풀어나간다.

산소를 이용해 대담한 강도질을 벌인 도둑의 발자취를 따라가는가 하면, 의학 역사상 처음으로 가스 마취제를 도입한 수술 장면을 보여주고, 아인슈타인이 안전한 냉장고를 만들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공기는 인간을 변화시키기도 했고, 인간에 의해 변화하기도 했다.

거꾸로 말하자면 인간은 공기에 의해 변모하기도 했지만, 공기를 변모시키기도 했다.

후자의 경우로 저자가 든 사례는 핵무기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인간은 핵무기로 대기의 조성을 크게 변화시켰다.

미국 군부가 1945년 이래 실시한 핵실험은 무려 수백 차례. 그 과정에서 방사성 원자들이 지구상 곳곳에 촘촘히 뿌려지면서 대기의 조성을 바꿔놨다.

"기체의 물리적 힘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면서 우리는 갑자기 증기 기관을 만들고, 수십억 년이나 된 산들을 순식간에 폭파하게 됐다.

기체의 화학을 이용하는 법을 터득하자, 마침내 우리는 고층 건물을 건설할 강철을 만들고, 수술의 고통을 없애고, 전 세계 인구를 먹이기에 충분한 식량을 재배하게 됐다.

이런 역사의 순간들은 카이사르의 마지막 숨처럼 늘 우리 주위에 널려 있다.

"
다시 말해 기체는 인류가 질병과 근력과 중력이라는 타고난 한계를 극복하며 현대 문명을 건설하는 데 음으로 양으로 결정적 도움을 줬다는 것이다.

책의 제1부 '공기의 탄생: 최초의 네 가지 대기'는 45억 년 전에 우주 공간의 가스 구름에서 탄생한 지구 이야기를 포함해 자연에 존재하는 공기가 어떻게 생겨났으며, 그 기체들이 상황에 따라 어떻게 움직이는지 이야기한다.

제2부 '공기의 이용: 인간과 공기의 관계'는 인간이 지난 수백 년 동안 다양한 기체의 특별한 능력을 어떻게 이용해왔는지 살펴보고, 3부 '프런티어: 새로운 하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인간과 공기의 관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살핀다.

다음은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외계 행성의 공기에 대해 내보이는 호기심과 궁금증이다.

"이제 우리의 지평을 더 넓혀 다른 행성들의 대기를 탐구할 때가 됐다.

아무리 풍부하고 연구할 보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대기는 그저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한 우주에는 또 어떤 종류의 공기들이 존재할까? 외계 생명체는 어떤 공기를 호흡할까? 그리고 인간이 그 공기를 호흡하려고 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이충호 옮김. 해나무. 488쪽. 2만원.
"지구 이야기는 기체 이야기다 사람 이야기도 그렇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