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침 만들고 글자 3천500자 새겨…"전통문화 향한 관심 커지길"
4대 이은 김희수 윤도장 "전통 나침반에도 과학사상 담겼죠"
"나침반이라는 게 굉장히 과학적인 도구입니다.

예전에는 나침반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집터나 묏자리도 정했죠. 뱃사람도 이용했고요.

조선시대의 내비게이션이었다고 할까요.

"
국가무형문화재 윤도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된 김희수(59) 씨는 최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전통 나침반인 '윤도'(輪圖)에는 옛사람들이 생각한 우주와 과학사상이 모두 들어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도의 한자를 해석하면 '바퀴 그림'이다.

동그랗게 다듬은 나무에 음양·오행·팔괘 등과 관련된 글자를 빼곡하게 새기고, 중심부에 방향을 알려주는 바늘인 자침(磁針)을 놓았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정조 14년(1790)에 다른 나라 배가 왔는데 선원에게 윤도를 주자 기뻐하는 기색을 보였다는 내용이 있다.

전북 고창에 거주하는 김씨는 전국에서 유일한 윤도장 보유자인 부친 김종대(87) 씨에게 윤도 만드는 기술을 배웠다.

윤도 제작은 김희수 씨 증조부부터 4대째 이어온 가업이다.

4대 이은 김희수 윤도장 "전통 나침반에도 과학사상 담겼죠"
김씨는 "우리 마을에서 윤도를 만든 지는 350∼400년 정도 됐다"며 "원래는 한씨, 전씨, 서씨가 윤도를 제작했는데, 지금은 김씨가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윤도 몸체로는 딱딱하다고 알려진 대추나무를 쓴다고 했다.

흔히 벼락 맞은 대추나무는 행운을 준다고 한다.

김씨는 전국을 다니다 좋은 나무를 보면 가져와 창고에 보관한다.

김씨는 "윤도는 수작업으로 제작하는데, 특히 강철을 두드려 바늘을 만들기가 힘들다"며 "커다란 윤도에는 3천500자 이상 글자를 새기는데, 정말 세밀하게 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도는 크기가 다양하다.

작은 제품은 지름이 5㎝쯤 되고, 큰 나침반은 35∼40㎝에 달한다.

가격은 50만 원이 넘는다.

휴대전화를 보면 방향을 금세 알 수 있는 시대에 누가 윤도를 구매할까.

김씨는 "가보로 삼거나 결혼 선물로 주려고 사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이 변하지 않듯, 사랑하는 마음이 지속하길 바라며 연인에게 건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인에게 선물하면 동양사상을 신기해한다고 들었다"며 "판로를 개척하기 위해 나침반이 있는 목걸이나 거울을 비롯해 거북 모양 윤도도 만들고, 전시회도 연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자식들도 대를 이어 윤도를 제작한다고 했다.

수십 년이 지나면 5대째 윤도장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누군가는 해야죠. 어떻게 합니까.

계승하고 발전해야 할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 좋겠습니다.

"
4대 이은 김희수 윤도장 "전통 나침반에도 과학사상 담겼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