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원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스페인이라는 거함을 격침 직전까지 몰고 갔다가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26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농구 조별리그 A조 1차전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69-73으로 졌다. 스페인은 국제농구연맹(FIBA) 세계랭킹이 3위로 19위인 한국보다 16계단이나 높다.

한국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스페인과 여섯 차례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도쿄올림픽 최종 예선에선 46-83으로 37점 차 대패를 당했고, 2016년 리우올림픽 최종 예선에서도 50-70으로 졌다.

한국은 김한별(BNK)이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빠지는 등 최상의 전력을 꾸리지 못하고도 스페인을 만나 잘 싸웠다. 전반을 35-33으로 오히려 앞서 나갔고 3쿼터가 끝났을 때도 1점 차 접전을 벌여 ‘대어’를 잡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4쿼터 초반, 상대에게 3점슛을 내준 데 이어 실책에 의한 속공 등을 허용해 대량 실점했다. 갑작스러운 공수 난조에 한국은 10점 차까지 뒤졌다. 이후 강이슬(KB)의 자유투와 박지현(우리은행)의 레이업으로 격차를 좁혔으나 종료 9.5초 전 강이슬의 3점포가 빗나가면서 아쉽게 경기를 내줬다.

비록 패했으나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 박지수(KB)는 올림픽 데뷔전에서 ‘더블더블’을 해내며 한국 여자농구의 미래를 밝혔다. 그는 이날 경기에서 17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박지수는 “주위에서 솔직히 (스페인을 상대로) 안 될 거라는 생각을 많이 많이 하셨다고 알고 있다”며 “저희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점을 앞선) 전반이 끝나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더 들었다”며 “4쿼터가 좀 아쉬웠지만 그래도 선수들이 끝까지 열심히 뛰었다”고 말했다. 강이슬은 외곽에서 불을 뿜으며 26점을 기록해 팀내 최다 득점을 올렸다. 가드 쪽에선 박혜진(우리은행)이 14점 5어시스트로 활약했다.

한국은 오는 29일 2차전에서 FIBA 랭킹 4위 캐나다를 상대한다. 전 감독은 “남은 상대인 캐나다, 세르비아 모두 높이가 좋은 팀이기 때문에 빨리 상대의 약점을 파악해 우리가 준비한 것들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