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심 청구…법원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저항한 정당행위"
'비상계엄 철폐' 시위하다 포고령 위반…41년 만에 무죄
41년 전 전두환 군사 정권에 맞서 시위를 했다가 포고령 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당시 대학생이 재심 끝에 환갑이 돼서야 억울함을 벗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는 과거 포고령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A(61)씨에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A씨는 1980년 4∼5월 경북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중간고사를 거부하고 시국을 성토하는 연좌 농성을 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친구 집에서 '비상계엄 철폐. 유신잔당 물러가라. 언론자유 보장하라. 노동3권 보장하라' 등을 쓴 벽보 4장을 만든 뒤 다음날 학교 현관에 붙이고 농성을 했다.

A씨는 학생 600명가량과 함께 서로 팔을 거는 '스크럼'을 짜고 시내로 나가서는 가두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결국 그는 당시 시위를 금지한 계엄포고문 제1호 위반으로 계엄보통군법회의에 넘겨졌고, 같은해 9월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A씨가 유죄를 선고받은 지 41년 만인 올해 4월 직권으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유죄가 확정된 형사사건에 재심 사유가 발생한 경우 당사자, 법정대리인, 유족뿐 아니라 검사도 재심을 청구할 수 있다.

김 판사는 "신군부가 1979년 12월 12일 군사반란으로 군 지휘권을 장악한 후 1980년 5월 18일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저지른 일련의 행위는 군형법상 반란죄와 형법상 내란죄 등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이에 반대한 행위는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한 정당행위"라고 전제했다.

이어 "피고인이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한 점은 인정된다"면서도 "당시 상황 등을 종합해 보면 헌정질서 파괴 범죄에 저항한 정당행위여서 위법성이 사라진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