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25) 판매실적을 배가시키는 마케팅
바이어와 구매상담을 하면서 기존의 경쟁사 제품보다 훨씬 비싼 50만 원대 상품과 아주 싼 10만 원대 상품을 보여주며 구매를 권유하면 바이어는 쉽게 구매하지 않는다. 50만 원대는 너무 비싸고 10만 원대는 너무 싸서 품질이 의심되기 때문이다. 이때 만일 경쟁사와 가격대가 비슷한 30만 원대 상품을 함께 제시하면서 품질은 경쟁상품보다 더 좋다는 점을 설득하면 바이어는 이 30만 원대 상품 구매를 결정할 확률이 높다. 이것이 지난 차수 칼럼에서 소개한 중간 선호 심리의 타협 효과 (Compromise effect)다. 특히, 30만 원대 상품의 마진율을 높게 책정해두면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하는데 유리하다.

손님이 붐비는 식당에 사람들이 훨씬 몰린다. 일본의 많은 식당들이 식당을 작게 하면서 일부러 매장 밖으로 줄을 서게 만드는 것은 남이 사면 나도 사고 싶어 지는 심리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이 살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군중심리, 또는 사회적 동조 현상처럼 다른 사람들의 선택을 따라 하는 심리가 있다.
전단지에 ‘하루에 1,000개 이상 팔리는 상품’ 이라고 표기하면 왠지 나도 사고 싶어 진다. 이러한 심리 효과로 유행이 만들어진다. SNS들이 팔로워 숫자를 늘리고, 리뷰 개수를 많이 늘리려 하는 이유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 이것을 밴드웨건효과(bandwagon effect) 라고 한다.

일부 부유층은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던 상품이 대중화되면 더 이상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만이 즐겨 쓰고 싶은 상품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 즉,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 점차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든다. 희귀성이 높을수록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가 나타나고, 반대로 특정 상품을 소비하는 사람들이 증가하면 점차 그 상품의 수요가 줄어드는 현상이 있다. 이처럼 밴드웨건효과와 반대의 소비 행태를 보이는 것을 스놉효과(snob effect)라고 한다.

샤넬이나 루이비통 같은 명품 브랜드는 매년 가격을 인상하는데도 판매는 지속적으로 늘어난다. 과시욕, 허영심이 많은 사람들의 경우, 값이 오를수록 오히려 더 구매를 하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 럭셔리 화장품 브랜드 ‘후’는 지난달 광군제에서 매출 721억 원을 올리며 전년 동기 대비 208% 성장이라는 기적 같은 실적을 달성했다. ‘후’ 예헌보 크림(80ml)의 가격은 200만 원이다.

환율이 하락해도 가격을 내리지 않는다. 고가로 팔수록 수요가 많기 때문에 가격을 인하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비싼 귀금속이나 고급 자동차 등도 경기에 상관없이 수요가 잘 줄어들지 않는다. 한우, 전복, 굴비처럼 명절에 선물용으로 많이 팔리는 상품들도 가격이 비싸야 더 잘 팔리는 경향이 있다. 이것을 베블렌효과(veblen effect)라 한다

이와 반대로 불황기일수록 소비자 만족도가 높으면서 저렴한 가격의 화장품, 사치품, 기호품 등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현상이 있는데, 이것을 반베블렌효과(counter-veblen effect) 또는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불황기에는 합리적 가치지향 소비심리를 자극할 수 있도록 가격은 저렴하면서도 품질은 호황기의 소비자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는 양품염가의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25) 판매실적을 배가시키는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