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청과 행정소송 패소 후 항소 포기…"병역 제때 이행 안 해 국민께 죄송"
"현준이가 서른여섯 전에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 병역 이행할 것"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군대 간다"
'병역 기피자'가 된 축구선수 석현준(30)의 아버지 석종오(58)씨는 "아들이 서른여섯 살 전에 병역의 의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씨는 16일 경기 용인의 자택 인근에서 가진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현준이는 유승준처럼 될 마음이 전혀 없다.

병역을 이행하고 떳떳하게 한국에서 살려고 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석현준은 대표팀이 동메달을 따낸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출전이 불발돼 병역 특례 기회를 잡지 못했다.

2016 리우 올림픽 때는 대표팀에 승선했지만 병역 특례가 보장되는 메달을 수확하지 못했다.

2018시즌에 앞서 국내 프로팀에 입단했다면 상무 등 군경 팀에서 축구를 하며 병역을 이행할 기회를 잡을 수 있었지만, 그는 유럽에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결국 병무청의 병역기피자 명단에 들었고, 최근에는 병무청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석현준의 아버지 석종오씨는 "항소하지 않겠다"고 항소 포기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석현준이 병역을 제때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내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됐다"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상무 입대 등 합법적으로 병역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 과정에 대해 길게 설명하면서도 그 모든 게 '변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인정했다.

다음은 석종오씨와의 일문일답.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군대 간다"
-- 어쩌다가 석현준이 병역 기피자가 된 것인가.

▲ 모든 게 부모인 내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우리는 병역을 회피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

언젠가는 병역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

이 생각에 지금도 변함이 없으며, 현준이는 병역을 이행할 것이다.

-- 2012 런던 올림픽, 2014 인천 아시안게임 때 23세 이하 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 그때는 내가 아들과 관계가 소원하던 시기여서 정확한 경위는 잘 모른다.

다만, 당시 에이전트가 석현준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

소속팀에서 석현준을 쉽게 보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을 것이다.

-- 2016년 1월 세투발에서 포르투(이상 포르투갈)로 이적하면서 2020년까지 장기 계약을 했다.

당시 계약할 때 병역 미필인 상황을 고려했나.

▲ 당시 현지 에이전트와 포르투에 현준이가 한국인이어서 병역을 이행해야 한다고 분명히 얘기했다.

반드시 병역 관련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는 에이전트의 말만 믿고 우리는 계약을 했다.

하지만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군대 간다"
-- 외국인 에이전트가 국내 병역제도에 대해 뭘 알겠나.

▲ 내가 욕심을 많이 낸 나머지 판단이 흐려졌다.

당시 석현준은 선수로서 정점에 있었다.

잉글랜드, 이탈리아 명문 구단에서 오퍼가 올 정도였다.

현준이는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데 이렇게 (장기) 계약해도 되는지 불안해했다.

내가 '아빠 믿고 좀 더 해 보자'라고 욕심을 내 계약하게 됐다.

현준이는 세상 물정 모를 때였다.

-- 상무나 경찰청에서 뛰려면 2018년 1월까지는 국내 팀으로 옮겨야 했다.

왜 불발됐나.

▲ 당시 한국인 에이전트 통해서 K리그 구단 입단을 타진했다.

큰 구단 3곳과 얘기가 오갔다.

그런데 포르투가 임대료를 너무 높게 불렀다.

국내 어떤 팀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금액이었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걸 그제야 깨달았다.

사정했지만 계약기간이 남았다며 포르투는 보내주지 않았다.

무단으로 팀을 이탈하면 수십억 원의 위약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 2017년 '영주권을 취득한 부모와 함께 거주 중'이라는 사유를 들어 병무청에 국외이주사유 허가를 신청했지만 불허됐다.

이를 두고 행정소송을 냈지만 졌다.

애초에 아들이 병역을 회피하게 할 목적으로 헝가리 영주권을 취득한 것 아닌가.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군대 간다"
▲ 그렇지 않다.

나는 헝가리에서 와인, 거위 털 무역 사업을 하려고 영주권을 땄다.

내가 유럽에 머물면서 현준이를 가까이서 돌보려고 한 이유도 있었지만, 현준이의 병역 문제 때문에 영주권을 딴 것은 아니다.

영주권을 가진 부모와 함께 거주하는 자녀는 병역을 미룰 수 있다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병무청과 소송을 한 건 현준이의 병역 이행시기를 늦추기 위해서지 결코 회피하려고 한 게 아니다.

-- 어찌 됐건 포기할 것을 포기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 아닌가.

많은 젊은이가 많은 것을 포기하고 군대에 간다.

▲ 내 욕심 때문에 이렇게 됐다.

국민들께 죄송하다.
'병역기피' 석현준 아버지 "유승준 될 마음 없어…군대 간다"
-- 앞으로 어쩔 것인가.

항소할 것인가.

▲ 항소는 안 한다.

아직 트루아와 계약이 2년 남아있다.

이 계약이 끝나면 되도록 현준이가 국내로 돌아오도록 할 것이다.

서른여섯 살까지는 군대에 갈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현준이가 늦어도 서른여섯까지는 반드시 국내에 들어와서 군대 갈 것이다.

만약 체류 문제 때문에 유럽 나라 시민권을 따게 된다고 하더라도 서른여섯 전에 반드시 한국에 돌아와 병역을 이행할 것이다.

믿어 달라. 우리는 유승준처럼 될 마음이 전혀 없다.

어제(15일) 현준이와 통화 했다.

한국 들어가서 병역 이행하고 떳떳하게 살겠다고 했다.

-- 그 약속을 지킨다고 해도 군대 다녀온 모든 남성, 아들 군대 보낸 어머니들은 용서 못 할 것이다.

다들 창창한 20대를 군 생활에 바친다.

축구 선수만 젊음이 아까운 게 아니지 않나.

▲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다.

그분들께는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말이 없다.

현준이가 늦게나마 반드시 병역을 이행할 것이다.

약속드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