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상승 폭 금융위기 후 가장 커…통화정책 '출구전략' 모색
코로나에 중국 총부채비율 270%로 상승…커지는 '빚 걱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돈을 대거 풀면서 작년 중국의 빚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펑파이(澎湃) 등에 따르면 중국 사회과학원 산하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NIFD)은 최근 펴낸 연간 보고서에서 작년 말 기준 중국의 총부채 비율(정부, 비금융 기업, 가계 합산)이 270.1%로 전년 말보다 23.6%P 상승했다고 밝혔다.

상승 폭은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중국이 경기를 살리고자 돈을 급격히 풀던 2009년의 31.8%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작년 상승 폭을 분기별로 보면, 코로나19의 충격이 가장 컸던 1분기 13.9%로 가장 높았고 2·3·4분기는 각각 7.2%P, 3.6%P, -1.1%P로 점차 낮아졌다.

NIFD는 "2020년 여러 나라가 일련의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해 세계적으로 총부채 비율이 높아졌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상승 폭이 큰 가운데서도 적절하게 관리된 것으로서 비록 상승했지만 2009년의 상승 폭보다는 낮았다"고 밝혔다.

이 기관은 특히 작년 4분기에는 소폭이나마 총부채 비율이 낮아졌다면서 이는 '부채 감축'(디레버리징) 추세가 이미 다시 나타난 것으로서 이를 통해 안정적 성장과 금융 위험 방지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작년 총부채 비율 상승은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해 통화·재정 정책을 아우르는 고강도 경기 부양책을 펼친 결과다.

인민은행은 작년 연초부터 수차례에 걸쳐 지급준비율과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저리 정책 자금을 대규모로 공급했다.

작년 말 기준 사회융자 잔액은 284조8천300억 위안으로 전년보다 13.3% 증가했다.

사회융자는 금융 기관의 대출에다가 정부와 기업의 채권 발행 등까지 더한 포괄적 유동성 지표다.

코로나19 확산 저지 성과의 뒷받침 속에서 경기 부양책이 일정한 효과를 거둬 중국은 작년 세계 주요국 가운데 드문 플러스 성장을 이뤄냈다.

돈을 풀어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중국에서는 다시 잠재적 경제 뇌관으로 거론되는 부채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한 현 중국 지도부는 집권 이후 부채 감축을 통한 선제적 위험 제거를 핵심 경제 정책 목표로 삼았는데 그간 이뤄낸 부채 감축 성과가 코로나19 충격에 급격히 약화한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시 부채 우려가 점증하는 가운데 중국은 비상시기 통화 정책을 정상 시기의 통화 정책으로 전환하는 '출구 전략'을 모색 중이다.

최근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인 마쥔(馬駿) 칭화대 금융·발전연구센터 주임은 공개 포럼에서 중국이 빚이 빠르게 증가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경고하면서 통화 팽창을 적절히 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실제로 인민은행은 전통적으로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직전에 기업과 개인의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춘제를 앞두고 여러 통화 정책 도구를 활용해 유동성 공급을 늘려왔지만, 올해는 춘제를 앞두고 유동성의 고삐를 강하게 조이고 있다.

다만 중국 경제가 전체적으로 회복 추세를 보이고는 하지만 중소기업과 개인 사업자 등 많은 중국의 경제 주체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인민은행은 통화 정책 정상화 시행 시점과 강도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이강(易綱)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다보스 어젠다 회의 연설에서 "지원성(부양성) 정책을 너무 빨리 퇴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는 경기 회복 지원과 금융 위험 방지라는 양대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