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 침묵 속 등돌리는 '뼛속까지 공화당원' "트럼프 종양 도려내야"
의회 폭동 사태 이후 트럼프와 관계설정 놓고 당 내분 가속
"트럼프 사교집단 전락" 환멸…부시정부 공직자들 공화당 떠나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에 몸담았던 공화당 인사 수십명이 지난달 6일 의회 폭동 이후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탈당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공화당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을 놓고 당내 분열이 심화하는 양상이다.

"트럼프 사교집단 전락" 환멸…부시정부 공직자들 공화당 떠나
로이터통신이 부시 행정부 출신 전직 당국자들 12명과 접촉한 바에 따르면 이들은 트럼프의 패배를 계기로 공화당 지도부가 지난해 11월 대선이 도둑질당했다는 그의 근거없는 주장을 규탄하고 결별하는 탈(脫)트럼프 행보를 보여주길 희망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 대다수가 트럼프를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고 더는 자신이 몸담았던 공화당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부시 행정부에서 최고위직을 지낸 인사라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일부는 당적 정리를 통해 탈당했고, 일부는 당적 소멸을 방치하거나 무당파로 재등록함으로써 공화당과 관계를 끊었다고 한다.

공화당이 거짓된 선거 사기 주장으로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촉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손절'하지 않은 데 대한 반발인 셈이다.

지미 구룰 전 재무부 테러리즘·금융정보 담당 차관은 "내가 알던 공화당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의 공화당을 트럼프의 사교 집단으로 부르겠다"고 일갈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백악관 공보실에서 6년간 근무한 크리스토퍼 퍼셀은 대략 60∼70%에 달하는 부시 행정부 당국자가 공화당을 떠나기로 하거나 연을 끊고 있다면서 "그 수가 날마다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뼛속까지 공화당'인 이들의 엑소더스는 트럼프와 트럼프의 레거시(유산)를 둘러싼 내분이 당을 얼마나 균열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라고 로이터통신은 풀이했다.

현재 공화당은 트럼프가 여전히 장악력을 보이는 데 대해 환멸을 느끼는 중도·무당파 성향과 트럼프의 열렬한 충성 지지층으로 쪼개지는 양상이다.

그러나 대부분 공화당 의원은 트럼프의 임기 말 '탈선'에 침묵해왔다.

"트럼프 사교집단 전락" 환멸…부시정부 공직자들 공화당 떠나
특히 '내란 선동' 탄핵안과 관련, 지난달 26일 퇴임한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의 적법성을 묻는 상원의 절차투표에서 5명을 제외한 공화당 상원의원 45명이 위헌이라는데 표를 던진 것은 트럼프를 끊어내지 못하는 당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미미한 이탈표로 인해 상원에서 탄핵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벌써 반(反)트럼프 인사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벼르는 가운데 대부분 공화당 인사는 그의 여전한 당내 영향력을 무시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로이터통신은 특히 당 지도부가 트럼프와 제대로 절연하지 못하는 모습이 '부시 맨'들을 떠나게 한 결정타로 작용했다고 전했다.

의회 폭동에도 연루된 극우 음모론 단체인 큐어넌(QAnon)을 공개 지지하는 등 부적절하고 과격한 언행으로 연일 구설에 오르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의원 등 일부 초선의원의 궤도이탈도 전통적 공화당원의 이반을 부채질하는 요인이다.

로렌 보버트 하원의원도 큐어넌 지지 발언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들에 대해 뚜렷한 조치를 하지 못한 채 속앓이만 하는 모양새다.

퍼셀은 "의회에 큐어넌 소속 인사들이 있다는 것은 경악스럽다"며 당을 떠나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 재무관을 지낸 로사리오 마린도 "공화당이 계속 트럼프의 당으로 남는다면 많은 이가 다시 당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상원이 트럼프에 대해 유죄선고를 하지 않는다면, 트럼프라는 종양을 도려내지 않는다면, 우리 중 많은 사람은 다시는 (선거에서) 공화당 지도부 인사를 찍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