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22일(현지시간) 연 배터리데이 행사 여파로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했다. 시장 판도를 바꿀 신기술 발표가 없었다는 평가에 테슬라 주가는 하락했다. 테슬라가 직접 배터리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으로 국내외 배터리 업체들의 주가도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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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 테슬라는 배터리 공정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과 자체 생산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본격적인 배터리 가격 경쟁 시대를 예고한 셈이다. 업계를 뒤흔들 만한 신기술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다소 실망한 분위기였다. 테슬라는 이날 5.60% 떨어진 424.2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마감 후 장외거래에서도 7% 가까이 하락했다.

2차전지주도 약세였다.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2차전지주가 배터리데이 이후 일제히 하락했다. LG화학은 1.41%, 삼성SDI는 2.24%, SK이노베이션은 1.99% 하락한 채 거래를 마쳤다. 2차전지 장비·소재 업체들도 약세였다.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전해액 첨가제 업체 천보도 5.35% 내렸다. 테슬라와 가장 긴밀히 협력하는 중국 CATL도 2% 넘게 떨어졌다. 일본 파나소닉도 4% 넘는 낙폭을 보였다.

테슬라가 배터리 비용을 56% 절감하겠다는 발표 자체가 2차전지주에 악재였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56% 자체를 2차전지 업체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훼손할 만한 숫자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배터리를 직접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은 장기 성장성과 수익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최보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장기적으로 보고 있는 내재화 비율이 30~40%에 이른다는 점은 다소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2만5000달러 수준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을 내놓겠다고 발표한 것도 기존 배터리 업체에는 좋을 게 없는 내용이다. 2차전지 회사들이 배터리를 공급하는 완성차 업체도 테슬라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격을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 비용 절감에 나서면 핵심 부품인 배터리 가격을 떨어뜨리려고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배터리 가격 인하 압박에도 당분간 배터리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배터리 3사의 성장성이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