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올 2분기(4~6월) 여행사 폐업이 급증,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여행업계의 내성이 약해질대로 약해져 앞으로 폐업 행렬은 더 가속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로나 여파 올 상반기 여행사 663개 감소, 휴업도 4배 급증
한국관광협회중앙회의 관광사업체 현황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등록 여행사는 2만1620개로 직전 1분기에 비해 495개(-2.2%) 줄었다. 코로나 확산이 시작된 올 1분기(1~3월) 168개 줄어든데 이어 불과 석 달만에 감소폭이 세 배 가까이 커졌다. 한 분기에 500개에 가까운 여행사가 준 건 중앙회 조사가 시작된 이래 올 2분기가 처음이다.

코로나 사태가 반년 이상 지속되면서 1년의 절반 시점에서 이미 작년 한해보다 2.5배 이상 많은 여행사가 문을 닫았다. 올 상반기(1~6월)에만 여행사 663개가 줄면서 261개가 감소한 작년 수치를 넘어섰다. 한국을 비롯한 각국의 입국제한 조치로 인한 해외여행 급감으로 국외여행업이 390개, 내국인의 국내여행을 취급하는 국내여행업이 259개 줄었다. 내국인의 해외여행과 외국인의 국내여행을 모두 취급하는 일반여행업도 14개가 감소했다.

업계에선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까지 폐업 여행사가 최소 1000여개, 최악의 경우 20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중견 종합여행사 대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정부의 고용유지지원, 긴급 특별융자 지원으로도 버틸 여력이 안되는 영세한 중소 여행사들이 빠르게 폐업행렬에 가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부스가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여행사 부스가 비어있다. 사진=연합뉴스
폐업 이전 단계인 휴업에 들어간 여행사도 네 배 이상 급증했다. 한국여행업협회 여행정보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8월 중순까지 총 126개 여행사가 휴업을 신청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휴업을 신청한 29개보다 네 배 이상, 지난해 전체 휴업 여행사 61개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수치다. 업계에선 정부에 고용유지지원을 신청한 4000여개 여행사 외에 상당수가 공식적으로 휴업을 신청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휴업내지는 폐업과 다름없는 상태에 놓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아웃바운드 여행사 대표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을 받으려면 10여명 직원 급여의 일부를 회사도 부담해야 하는데 이미 지난해 한일 갈등, 홍콩 시위사태, 호주 산불 등 잇단 악재로 타격을 입은 데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이젠 이 조차도 부담하기 버거운 상황이 됐다"며 "결국 남은 건 회사 문을 닫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0일 여행업과 항공업 등 8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기간을 내년 3월까지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여행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은 현행 최대 180일에서 240일로 확대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코로나 사태로 고사위기에 놓인 여행업계에 지난 7월 말까지 무담보 신용보증부 융자 1000억원, 관광진흥개발기금 일반융자 1400억원, 융자상환유예 2000억원 등 총 4400억원의 예산을 긴급 지원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