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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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올해 내내 이어질 경우 기업들은 최대 54조원가량의 유동성 부족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항공업의 경우 전체의 절반 정도가 이자도 못 갚을 만큼 재무 건전성이 나빠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4일 공개한 '2020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외감(외부회계감사대상) 기업의 올해 유동성 부족 규모는 코로나19 상황이 '심각'일 때 54조4000억원, '기본'일 때 30조9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심각' 시나리오는 코로나19 충격이 연중 이어진다는 가정이다. '기본'은 코로나19 충격이 내수시장에 2분기까지, 해외수요에 3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이다.

항공업종은 유동성 부족 현상이 가장 심할 것으로 예상됐다. 두 시나리오에서 항공업의 유동성 부족분은 각 12조7000억원, 11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숙박·음식, 여가서비스와 해운 등의 업종도 유동성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정책당국의 금융시장 안정화 노력으로 차환율(빚을 다른 빚으로 갚는 비율)이 10%포인트 높아질 경우 전체 기업의 유동성 부족 규모가 두 시나리오에서 각 37조8000억원(정책지원이 없는 경우 54조4000억원), 20조6000억원(30조9000억원)까지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했다.

기업들의 유동성뿐 아니라 재무 건전성도 나빠질 전망이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전체 외감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4.8%에서 1.6%로 3.2%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기본' 시나리오에서도 2.2%로 2.6%포인트 하락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3.7배 수준인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 역시 두 가지 시나리오상 각 1.1배, 1.5배로 떨어진다. '심각' 시나리오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비율은 절반가량으로 추산됐다. 1년 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이 전체의 절반에 이른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 비율은 34.1%다.

한은은 "기업의 유동성 부족은 구조적 문제라기보다 코로나19 충격에 따른 일시적 성격"이라며 "시의적절한 자금 지원을 통해 대규모 부실화를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