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후 주요 이슈서 불협화음…방위비 이견·G7 불참도 영향
중국 고립전략에도 시각차…무역협상에 무기로 활용 가능성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 감축을 공식화하면서 양국 정상의 불편했던 관계가 새삼 관심을 모은다.

트럼프 대통령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앙숙'이라고 불릴 정도로 국제사회의 주요 사안을 놓고 엇박자를 내고 심지어 충돌하기까지 했다.

'앙숙' 메르켈과 불편했던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은 보복?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독일 주둔 미군을 2만5천명으로 감축한다고 밝힌 데는 양국 정상의 이런 불협화음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차적으로는 독일의 군사비 지출이 턱없이 적다는 인식에 기반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은 2024년까지 방위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늘리기로 했지만 지난해 독일의 지출 비중은 1.36%로 크게 못 미친다.

독일은 2%를 맞추려면 국방비 대폭 증액이 필요하다며 달성 시기로 2031년을 제시한 상태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독일이 미국의 반대에도 러시아 가스관을 끌어오는 '노드 스트림2' 건설을 강행한 데 대한 미국의 오랜 불만이 반영된 것이라고 언론에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6월에도 노드 스트림2 사업에 반대하며 독일 주둔 미군 1천명이 폴란드에 배치될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하순 미국에서 예정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메르켈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 등을 이유로 불참을 통보하자 감축 결정 속도가 빨라졌다는 전언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이 코로나19를 극복했다는 이미지를 보여주려 했지만, 메르켈 총리의 불참 통보에 화가 났다는 것이다.

'앙숙' 메르켈과 불편했던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은 보복?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인 2015년 시사주간 타임이 메르켈 총리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자 '독일을 망친 인물을 선정했다'고 혹평할 정도로 메르켈 총리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와 고립주의를 내건 반면 메르켈 총리는 자유무역과 개방주의를 견지하면서 둘은 안보와 무역 등 주요 문제를 놓고 적잖은 마찰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3월 자신의 취임 후 백악관 집무실을 첫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고 기자들만 바라본 모습은 냉랭한 관계의 상징적 장면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란 핵합의 등에서 탈퇴할 때 메르켈 총리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했다.

2018년 6월 G7 정상회의 때는 정상에게 둘러싸인 트럼프 대통령이 의자에 앉아 있고, 메르켈 총리가 테이블을 두 손으로 꽉 누른 채 트럼프 대통령에게 결단을 촉구하는 듯한 사진도 양국 상황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메르켈 총리는 최근 들어서도 미국이 대중 압박을 강화하는 와중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며 코로나19 방역 국제협력과 다자주의를 강조해 미국의 불만을 샀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 퇴출에 독일이 미국의 기대만큼 호응하지 않는다는 인식도 갖고 있다.

'앙숙' 메르켈과 불편했던 트럼프, 주독미군 감축은 보복?
로이터통신은 이번 감축은 미국의 가장 가까운 무역 파트너에게 놀랄만한 힐책이자 유럽 안보의 한 축에 대한 믿음을 훼손할 것이라면서도 공화당의 반대 등에 비춰 실행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말했다.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메르켈 총리와 성마른 관계를 가져왔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독일과 무역협상에 불만을 드러낸 점에 비춰 병력 감축 카드를 무역전쟁의 무기로 활용할 가능성을 짚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