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경찰이 27일 도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모아놓은 뒤 감시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 보안법을 표결에 부친다. /AP연합뉴스
홍콩 경찰이 27일 도심에서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위자들을 모아놓은 뒤 감시하고 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홍콩 보안법을 표결에 부친다. /AP연합뉴스
“이번주가 끝나기 전, 아주 강력하게(조치하겠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코로나19로 국가 안보가 크게 영향받고 있다. 무장전투 준비를 확충하라.”(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한국의 국회 격)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 제정을 표결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미·중 갈등이 최고조로 치솟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對中) 제재를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갔고, 시진핑 주석은 ‘전투 준비’를 강조하며 ‘갈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홍콩 보안법이 미·중 패권전쟁의 변곡점이 되면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한층 증폭되고 있다.
美, 중국 관료·기업 돈줄도 옥죈다…시진핑은 "전투 준비" 맞불
백악관 “트럼프, 불쾌해하고 있다”

미국은 26일(현지시간) 중국의 홍콩 보안법 철회를 위해 전방위 압박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지금 뭔가를 하고 있다”며 이번주 강력 제재 조치를 내놓겠다고 예고했다. 홍콩 보안법이 통과되면 즉시 제재 조치를 꺼내겠다는 뜻이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보안법 강행) 시도에 불쾌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홍콩을 장악하면 홍콩이 어떻게 금융허브로 남을지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은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홍콩 보안법과 관련해 “중국은 큰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문제 등으로 중국에 짜증이 나 있으며 미·중 무역합의가 이전만큼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는 홍콩이나 중국 본토에서 미국으로 돌아오는 미국 기업들의 이전 비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제재도 준비 중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그동안 홍콩에 대한 관세·비자·투자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홍콩을 자유시장 경제로 인정하지 않고 중국 본토와 똑같이 대우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 수입되는 홍콩산 제품에 중국 본토와 같은 최고 25%의 징벌적 관세가 붙는다. 홍콩의 아시아 금융허브 지위도 흔들릴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 더해 홍콩 보안법을 주도한 중국 관료와 기업의 금융 거래·미국 내 자산동결을 논의 중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미 상원에서도 비슷한 법안이 발의될 예정이다.

인민일보, 시진핑 “군 능력 증대” 1면 톱

중국은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인대는 지난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28일 폐막일에 홍콩 보안법 초안을 표결한다고 공지했다. 홍콩 보안법은 반(反)정부 활동의 전면 금지가 핵심이다. 국가전복과 반란을 선동하거나 국가안전을 저해하는 ‘위험 인물’에게 최장 3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외국·외부세력의 간섭도 차단하도록 했다.

시 주석은 지난 26일 전인대 인민해방군·무장경찰부대 대표단 전체회의에서 ‘무장전투 준비 확충’과 ‘군사임무 수행 능력 증대’를 지시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27일 이 소식을 1면 톱기사로 전했다. 군·경 대표들과의 회의에서 한 발언이지만 홍콩과 대만 문제로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인 만큼 미국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강력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회의에서 “코로나19가 중국의 안전과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훈련과 전쟁 대비 강화를 주문했다. 또 “실전 같은 군사훈련”을 통해 군사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22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국방예산을 작년보다 6.6% 늘린 1조2680억위안(약 218조원)으로 보고했다. 지난해 7.5% 증가에는 못 미치지만 올해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6.8%로 추락한 것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우치엔 인민해방군 대변인은 국방비 6.6% 인상에 대해 “반분리주의 투쟁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할 만큼)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워싱턴=주용석/베이징=강동균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