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박물관 '디지털 실감영상관' 개관
고구려벽화 속 견우와 직녀, 디지털로 부활하다
직녀가 굽이치며 흐르는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소를 끌고 가는 견우를 애처롭게 바라본다.

주변으로는 말을 탄 사람이 활을 쏘며 사냥하고, 흥겹게 춤을 추는 모습도 보인다.

이어 북두칠성 등 별자리가 나타나는가 싶더니 수많은 별이 쏟아질 듯 시야를 가득 채우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고구려실 '디지털 실감 영상관 3'에 디지털로 구현된 북한 평안남도 강서군의 덕흥리 벽화무덤이다.

실제 무덤 속에 있는 듯 생동감 넘치는 영상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고구려실에서는 덕흥리 벽화무덤을 비롯해 안악 3호 무덤, 강서 대묘 등 북한에 있는 무덤 벽화 속 고구려인의 내세와 패션 스타일, 하늘 세계가 생생하게 펼쳐지며 장엄하고 신비로운 울림을 선사했다.

고구려벽화 속 견우와 직녀, 디지털로 부활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준비한 문화유산 실감콘텐츠를 선보이는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19일 저녁 공개했다.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전 세계 유수의 박물관이 디지털 박물관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에 발맞춰 박물관 상설전시공간에 실감콘텐츠 체험 공간을 본격적으로 조성한 국내 첫 번째 사례다.

관람객은 중앙박물관 4개 상설전시공간에서 실감콘텐츠를 만날 수 있다.

중근세관에 마련된 '영상관 1'은 프로젝션 맵핑 공간이다.

첫 번째 방에서는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기물을 그려 넣은 조선 후기 책가도(冊架圖)가 한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관람객이 영상관에 비치된 태블릿 PC로 책장을 고른 후 사진 액자, 이름을 새긴 인장 등 좋아하는 물건을 책장에 채워 넣을 수 있다.

두 번째 방으로 이동하면 폭 60m, 높이 5m의 3면 파노라마 스크린이 눈 앞에 펼쳐진다.

겸재 정선의 신묘년풍악도첩(보물 제1875호) 등 금강산을 소재로 제작한 영상에서는 사계절 풍경과 함께 구룡폭포, 장안사, 삼불암 등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조의 화성행차, 불교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는 영상도 나온다.

온몸을 감싸는 초대형 영상은 관람객이 마치 그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구려벽화 속 견우와 직녀, 디지털로 부활하다
상설전시관 2층에 있는 '영상관 2'에서는 조선 후기 사람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도시풍경을 8폭 병풍에 담은 '태평성시도'(太平城市圖, 작자 미상)를 만날 수 있다.

8K 고화질로 구현된 디지털 병풍 속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도시 사람들의 역동적이고 다양한 삶이 흥미롭게 펼쳐진다.

관람객은 장원급제, 화분 운반, 싸우는 친구 말리기 등 터치스크린을 이용한 미션 수행 이벤트에도 참여할 수 있다.

맞은편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와 보존과학실을 체험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VR(가상현실) 기기를 착용하면 수장고에서 소장품을 확인하고,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수리할 수 있다.

삼국 및 가야 시대 무덤 내부를 돌아다니고, 감은사터 동·서삼층석탑 장엄사리를 살펴보거나 청자 문양의 세계로 들어가 볼 수도 있다.

고구려벽화 속 견우와 직녀, 디지털로 부활하다
마지막으로 상설전시관 1층 중앙 통로(역사의 길) 끝에서는 높이 13.5m 경천사탑을 활용한 미디어파사드 쇼가 화려하게 펼쳐진다.

매주 수·토요일 8시가 되면 손오공의 모험, 석가모니불의 열반 등 석탑에 새겨진 부조가 되살아나 탑을 빛으로 수놓는다.

낮에도 개인 휴대전화를 통해 탑의 각 면에 있는 이야기, 탑을 쌓는 과정 등을 증강현실로 즐길 수 있다.

이날 공개행사에 초청된 박서령(12, 초등학교 5학년) 양은 "파노라마 스크린은 사이즈가 크고 영상 구성이 훌륭하고, 음악도 몰입도가 있어 좋았다.

특히 경천사탑 미디어파사드가 가장 멋졌다"고 말했다.

디지털 실감영상관은 국립청주박물관(20일), 국립광주박물관(21일), 국립대구박물관(6월 중)에서도 순차적으로 문을 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