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건전한 생각, 즐거운 대화
말은 생각에서 나온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의 내면을 알 수 있다. 생각이 건전한 사람은 착하고 올바른 말을 한다. 반면, 생각이 뒤틀린 사람은 언제나 꽈배기처럼 배배 꼬인 고약한 말을 하게 마련이다.

어쩌다 한번 스쳐 만나는 지인 중 별난 사람이 있다. 그는 입만 열었다 하면 좋건 나쁘건 일단 ‘아니’부터 내뱉는다. “아니, 저 사람은 왜 저 모양이야?” “아니, 날씨가 왜 이렇게 거지 같아?” “아니, 그 소설은 정말 별 볼 일 없던데” “아니, 오늘은 기분 나쁜 일만 생기네” 등. 이런 식으로 말의 첫머리를 들입다 ‘아니’로 시작하는 것이다.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도 ‘아니’가 따발총 총알처럼 쉴 새 없이 튀어나온다. 상대방의 말이 옳건 그르건 일단 ‘아니’부터 쏘아댄다. 그것도 모자라 어떨 때는 ‘아니, 아니’를 연발로 퍼부어 상대방의 자존심을 상하게 한다. 자기 말을 한층 더 강조하기 위한 반어법이냐 하면 그런 것도 아니다. 그저 아무런 생각 없이 무턱대고 쏟아내는 말버릇이 그렇다. 더욱 가당찮은 것은 “아니, 그게 아니라 이렇잖아” “아니, 그건 자네가 잘 모르는 소리야” 등 상대방을 무참히 무찌르면서 훈계조로 제 주장만 앞세운다는 점이다.

짐작대로 그의 속내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매사가 부정적이다. “아니, 그게 되겠어?” “아니, 그 사람이 아직도 안 죽었어?” “아니, 그 회사도 곧 망할 거야.” “아니, 정말 되는 일이 없네.” 그의 마음속에는 부정적 심리가 가득하다. 애당초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다. 그의 말을 듣고 있을라치면 이래저래 답답하고 여간 피곤한 것이 아니다.

본래 부정의 부정은 아주 강한 긍정이다. 예컨대 ‘아닌 게 아니라’와 ‘아닐 수 없다’는 ‘정말 그렇다’는 뜻이고, ‘없는 게 없다’는 ‘없는 것 빼놓고는 다 있다’는 뜻이다. ‘바라마지 않는다’는 ‘꼭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아니’를 아무 데나 함부로 쓰는 것이 아니다. 부득이 ‘아니’ 같은 부정적 어휘를 구사할 때는 한 번 더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고,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고도 했다. “오, 그래” “옳거니” “맞았어” “암, 그러면 그렇지” “그럴 줄 알았어” “옳은 말이야”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꼭 성공할 거야” “당신만 만나면 일이 잘 풀려” 등 상대방을 존중하는 긍정적인 말을 골라 쓸 경우 만인이 즐겁다. 우리 사회에 옳은 말, 반듯한 생각, 즐거운 대화가 넘쳐나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