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오른쪽)이 3일 SK 사옥에서 ‘코로나 성금’을 화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왼쪽)과 조경목 SK에너지 사장(오른쪽)이 3일 SK 사옥에서 ‘코로나 성금’을 화상으로 전달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제공
지난달 17일 SK이노베이션 노사 대표가 임금 교섭을 위해 만난 자리는 30분 만에 끝났다. 올해 임금을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0.4%)만큼 인상하는 데 양측이 이견 없이 동의했기 때문이다. 임금 단체협상을 앞두고 노조가 투쟁과 파업을 이어가는 모습은 이 회사에서 보기 어렵다. 전체 조합원의 84.2%가 지난달 27일 열린 조합원 대상 찬반 투표에서 합의안에 찬성했다. 2017년 이후 4년 연속 분쟁 없는 임금 협상 타결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20년 임금 교섭을 마무리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날 서울 서린동 SK 빌딩과 울산 SK울산콤플렉스에서는 임금 교섭 조인식이 열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로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이성훈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위원장 등만 오프라인 행사에 참석했다. 다른 임직원들은 온라인으로 연결된 영상을 통해 조인식을 참관했다.

SK이노베이션 임금 교섭에서 4년째 노사 갈등이 없는 이유는 노사 양측이 임금 인상 원칙에 따라 교섭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2017년 노조 측에서 먼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와 임금을 연동시키자고 제안하면서 이 원칙이 생겼다. 임금 교섭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일어나는 투쟁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더 가치 있는 일에 쓰자는 취지에서다.

회사 관계자는 “10년간 임금 인상률을 분석해 보니 투쟁을 통해 얻어낸 인상률과 그렇지 않은 인상률 간 별 차이가 없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올해 새로 출범한 노동조합 집행부도 이 원칙을 이어나가고 있다. 노사는 지난해 단체협약 갱신 교섭에서 확정한 ‘행복협의회’도 올해 공식 출범했다. 임직원뿐 아니라 주주, 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논의하는 기구다. 원래 SK이노베이션에서는 1년에 네 번 노사가 모여 복리후생 등을 논의해왔다. 앞으로는 노사뿐만 아니라 구성원까지 참여해 상시 논의한다.

2020년 임금 교섭 조인식에서는 가치 있는 일에 힘을 보태자는 노사 협상 원칙의 취지를 살려 코로나19 감염 예방 돕기 성금 2억원 전달식도 열렸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성금으로 마스크를 구입해 대구, 경북 및 울산 지역에 전달할 예정이다.

김 사장은 “혁신적인 노사문화야말로 SK이노베이션의 진정한 경쟁력”이라며 “서로 신뢰하는 노사문화가 회사 발전과 사회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