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령은 상당한 인과관계 확인돼야 피해로 인정…특별법 취지 왜곡"
사회적참사 특조위,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 개정안 쟁점 토론회
"가습기살균제 피해 증상 다양…인정 범위 대폭 넓혀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해 건강이 악화한 피해자들의 피해 인정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며 이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지영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과장은 4일 국회에서 열린 '가습기 살균제 피해구제특별법(특별법) 개정안 쟁점 토론회'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은 폐 질환이나 천식 외에도 암이나 뇌전증(간질), 자폐증 등을 진단받았는데 정부는 이런 질환들은 가습기살균제 사용에 따른 피해로 인정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지원은 크게 '구제급여'(정부 인정)와 '구제계정'(정부 미인정)으로 나눠 이뤄지며 폐 질환(1∼3단계), 천식, 태아피해, 독성간염, 기관지확장증, 폐렴, 성인·아동 간질성폐질환, 비염 등 동반질환, 독성간염만 피해질환으로 인정한다.

그러나 이 과장은 "피해자들은 이런 질환들 외에도 각종 폐 질환과 결막염 등 안과 질환, 뇌전증 등 신경계 질환, 피부염 등 피부질환, 암 질환 등 다양한 피해 증상을 호소하고 있다"며 "가습기살균제와 관련된 질환으로 판정된 사람들을 모두 건강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 증상 다양…인정 범위 대폭 넓혀야"
그러면서 "지금처럼 피해로 인정하는 질환을 미리 고시하고 이에 해당하면 피해자로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립된 판정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판정한 모든 질환을 지원 대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장은 또 "시행령에서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피해자의 질환 사이에 상대적으로 엄격한 인과관계 입증 정도를 요구해 특별법 취지가 왜곡됐다"며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시행령은 가습기살균제 건강피해에 대해 '연구 결과 가습기살균제 노출과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돼 환경부 장관이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시하는 피해'로 규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피해자 지원을 '구제급여'와 '구제계정'으로 구분하는 것도 특별기금으로 통합·확대해 실질적인 지원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구제급여를 받는 피해자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피해의 인과성을 인정했다는 의미여서 나중에 가습기살균제를 제조·판매한 기업을 상대로 제기하는 민사소송에서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구제계정은 정부가 피해의 인과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고 기업들이 조성한 기금의 지원만 받는 것이어서 훗날 민사소송에서 피해 인과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살균제 피해자 한 명이 여러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2·3차 피해를 인정하는 등 광범위하게 피해를 인정하고, 피해지원에는 육체적·정신적 피해 외에 기회비용 등도 고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