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국회 국정감사를 받으면서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해 매우 상식에 반하는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해외금리 연계 DLF에 대해 “일종의 갬블(도박)을 이 사람들(금융회사)이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DLF가 고(高)위험에 투기성이 강한 것은 사실이다. 원금까지 날린 경우가 나왔고, 불완전판매 의심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금융상품을 곧바로 도박에 비유하는 것은 과도한 비약이요, 곡해(曲解)다.

윤 원장 식 논리라면 주식·채권·외환과 실물 상품에 연계된 다른 파생상품들은 다 무엇인가. 자본이 축적되고 저금리가 지속될수록 투기성이 다분한 고위험 금융상품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근래 인기가 높은 ELS(주가연계증권)나 ETF(상장지수펀드)만 해도 국내외 시장을 드나들며 복잡한 경우의 수에 따라 환매도 제한받지만 수십조원씩 투자금이 몰려있다. 예·적금 기준으로 보면 현대 금융시장의 이런 파생상품은 투기성이 매우 높지만 엄연히 거래되며 자본시장의 한 축을 맡고 있다.

금융감독기구 수장이 정보의 비대칭성 문제나 불완전 판매에 대해 엄중한 인식을 갖고 개인투자자를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취지는 좋다. 하지만 이 역시 법적 테두리가 있고, 자기책임 원칙도 있다. 손실 분쟁은 궁극적으로 법원 판결에 따라야 한다는 사실도 명확하다. 투자자 보호라 해도 분쟁조정위원회 같은 절차를 엄격히 지키지 않으면 인기영합 감독으로 전락하게 된다.

금융감독은 ‘종합서비스’ 업무다. 금감원 스스로도 ‘서비스 기관’이라고 자임하며 금융산업 발전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파생상품을 도박으로 보는 인식으로는 연목구어(緣木求魚)다. 상품 개발과 판매방식에서 저만치 앞서 있는 해외 선진 금융시장을 보라. 감독당국이 유연성을 넘어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핀테크가 날로 발전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예·적금에나 매달리게 해서는 금융회사도 투자자도 살 길이 없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