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은행들의 과도한 위험 투자를 막기 위해 마련됐던 ‘볼커룰’ 규제 조치가 완화된다.

AP통신은 8일(현지시간) 미 중앙은행(Fed)이 볼커룰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통화감독청(OCC)과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Fed를 제외한 나머지 주요 미국 금융당국은 이 개정안을 지난 8월 승인했다. Fed의 최종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었다. 개정안은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볼커룰은 폴 볼커 전 Fed 의장의 제안으로 2010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발표한 은행 부실 방지 금융규제 정책인 ‘도드-프랭크법’의 부속 조항이다. 은행이 고수익을 좇아 파생상품, 헤지펀드 등에 투자하는 자기자본 거래를 금지하는 게 주된 내용이다. 금융위기 재발 가능성을 방지하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미국 은행권에서는 볼커룰이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규제라면서 불만을 나타냈다.

이번 개정안은 규제 내용을 보다 단순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핵심은 대규모 은행들의 60일 이내 단기거래를 자기자본 거래로 간주한다는 규정을 폐지한 것이다. 지금은 은행이 별도로 입증하지 못하면 60일 이내 단기 거래를 자기자본 거래로 보고 규제하고 있다. 자기자본 거래 의심을 받는 은행들의 입증 절차도 간소화된다.

미국 은행권은 개정안을 환영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볼커룰 완화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규제 완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평가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볼커 전 Fed 의장은 지난 8월 제롬 파월 현 의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번 완화안은 규제를 간소화하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볼커룰 완화는) 금융 시스템 위기와 도덕적 해이를 증폭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