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정숙성, 안락한 승차감 두드러져
-스포츠 주행보다는 여유로운 크루징에 유리

자동차마니아가 아니면 사람들에게 링컨 노틸러스는 다소 생소한 차다. 그래서 브랜드가 새로 내놓은 신차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러나 노틸러스의 전신은 2007년 세상에 나온 준대형 SUV MKX다. 이 차가 부분변경을 거치면서 이름을 바꾼 것. '노틸러스'는 '탐험'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했으며, 링컨이 지향하는 브랜드 전략과 방향을 담고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차명을 바꾼 이유는 단순하다. 회사는 "기존 알파벳 조합 차명은 사람들이 제품을 떠올리기 쉽지 않았다"며 "외우기 편하고 명확한 단어로 이름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플래그십 세단 MKS는 과거 링컨의 상징이던 컨티넨탈로 되돌아왔고, 준중형 SUV인 MKC도 올 상반기 신형을 소개하며 이름을 콜세어로 변경했다.

▲스타일&상품성
노틸러스는 세그먼트에 걸맞게 제법 덩치가 크다. 볼보차 XC90보다는 조금 작고 렉서스 RX와 비슷한 크기다. 전면부는 변화가 크다. 그릴은 날개를 활짝 펼친 듯한 형태를 없애고 컨티넨탈처럼 링컨의 새로운 시그니처 패턴을 넣어 단정하게 마무리했다. 그릴과 떨어진 LED 헤드 램프 역시 차분한 4각형 모양으로 바꾸고, 주간주행등은 램프 아래에 분리했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앞범퍼는 크롬도금 사용을 늘려 고급감을 표현했다. 측면은 펜더에 붙은 노틸러스 배지와 세련된 디자인의 사이드 미러가 시선을 끈다. 비행기 터빈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20인치 휠과 우아한 곡선으로 주름을 넣은 캐릭터라인은 움직이는 각도에 따라 차의 품격을 표현한다. 후면부의 변화는 거의 없다. 가로로 굵직하게 흐르는 테일 램프와 트렁크 가운데에 붙인 링컨 알파벳, 두 개의 사각 머플러를 포함한 범퍼 형상도 같다.

실내는 시각적인 변화보다 꼭 필요한 기능에서의 개선과 보완을 통해 부분변경을 진행했다. 기존 바늘 계기판은 새로 적용한 12.3인치 디지털 클러스터로 바꿨다. 구성이 일목요연하고 단순해 시인성이 뛰어나다. 계기판 속 각종 정보를 조작할 수 있는 스티어링 휠 버튼은 깔끔하게 다듬었고, 유광 블랙으로 마무리한 패들시프트도 붙였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센터페시아 중앙에 배치한 8인치 컬러 LCD 터치스크린은 음성인식 기술을 추가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적용했다. 터치감이나 연동성, UI 구성의 완성도가 예전보다 확실히 높다.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도 기본으로 넣었다. 센터터널 수납함에는 스마트폰 무선충전패드를 마련했다.

미국차답게 큼직한 공간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콘솔박스와 글로브 박스, 컵홀더, 도어 안쪽 공간까지 제법 깊고 넓다. 다만 센터터널 아래에 별도로 마련한 공간은 생각보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시트와 가깝게 붙어 있고 입구가 좁아 물건을 넣고 빼기 힘들다. 사실상 미적 감각 역할에 그친다. 차의 세그먼트를 생각하면 2열에 대한 불만은 나오지 않겠다. 크고 두툼한 시트를 비롯해 리클라이닝 기능과 전용 송풍구, 충전소켓 등 딱 필요한 품목만 알차게 갖췄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트렁크에 대한 만족감은 2열을 뛰어넘는다. 기본 적재공간은 1,053ℓ이며 시트를 폴딩하면 최대 1,948ℓ까지 늘어난다. 뒷봐석은 버튼 하나로 손쉽게 접을 수 있다. 또 반듯하면서도 평평한 바닥면과 양옆에 마련한 수납 기능은 효율성이 뛰어나다.

▲성능
노틸러스는 V6 2.7ℓ 트윈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을 얹었다. 최고출력 333마력, 최대토크 54.7㎏·m를 낸다. 낮은 엔진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가 나오도록 설정, 중·저속 구간에서 넉넉한 힘을 발휘한다. 덕분에 가속감은 일품이다. 낮은 회전속도에서부터 부드럽고 꾸준한 힘으로 밀어붙인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차는 거친 숨을 고른 뒤 힘차게 달려나간다. 터보 지연 현상이 다소 답답할 때도 있지만 고속영역에 도달하면 차는 아쉬움을 잊을 만큼 풍부한 힘으로 강력히 질주한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성능보다 더 마음에 들었던 점은 정숙성이다. 이중접합유리를 비롯해 보닛에 붙은 두툼한 흡차음재만 봐도 차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풍절음과 바닥에서 올라오는 소음까지 잘 잡은 덕분에 가속감은 더 세련되게 느껴진다. 실내에는 19개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전부다.

노틸러스는 레벨 울티마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을 적용했다. 링컨은 섀시 개발단계부터 스피커 위치를 고려해 만들 정도로 오디오 시스템에 공을 들였다. 또 스트리밍 서비스나 MP3같은 다양한 디지털 음원의 음질을 높이는 음악복원 기능 클래리파이와 퀀텀로직 서라운드 사운드 기술을 통해 콘서트장에 있는 듯한 원음을 전달한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어댑티브 서스펜션은 부드럽다. 적극적인 운전에는 한계를 보이지만 장거리 주행 시에는 오히려 차분한 세팅이 더 돋보일 수 있겠다. 탑승자 모두에게 안락한 승차감을 전달하기 위한 차의 성격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핸들링 감각도 마찬가지다. 운전자가 의도한 조향보다는 반 박자 늦게 반응한다. 아무래도 서스펜션 성격에 맞춰 스티어링 휠 반응을 다소 여유롭게 조정한 듯 하다. 노멀과 컴포트, 스포츠로 나뉜 드라이브 모드 역시 큰 차이는 느끼기 힘들다.

8단 자동변속기는 민첩함과는 거리가 멀다. 차분하게 정해진 속도에 맞춰 여유롭게 단수를 오르 내린다. 7단 이상부터는 효율을 위한 항속기어 성격이 강해 일상주행에서는 6단만으로도 충분하다. 여러모로 스티어링 휠 뒤의 패들시프트는 건드리지 않아도 된다. 그저 엔진이 주는 넉넉한 힘을 가지고 여유롭게 달리면 차의 매력은 배가한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시승]미국차의 프리미엄 감성 담은 링컨 노틸러스

▲총평
노틸러스는 구불구불한 고갯길보다는 잘 닦인 도로를 질주할 때 더 빛을 발한다. 차가 주는 여유로움과 안락한 승차감을 누리며 운전하다 보면 금세 목적지에 도착한다. 인식률이 높고 자연스러운 감각이 일품인 반자율주행 기능도 노틸러스가 추구하는 방향에 힘을 보탠다. 미국산 SUV의 정체성을 잘 지키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가 주는 세련된 감각까지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노틸러스는 주인공이 될 수 있다. 판매가격은 셀렉트 5,870만 원, 리저브 6,600만 원이다.

김성환 기자 swkim@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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