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경기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생산라인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한다. 중국발(發) 공급 과잉으로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OLED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매출의 70% 이상을 LCD에 의존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OLED에 3兆 추가 투자
3000억원대 적자에도…

LG디스플레이는 건설 중인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OLED 패널 생산라인에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고 23일 공시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15년부터 이곳에 약 5조원을 투자했다. 10.5세대 OLED 패널을 월 3만 장씩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짓고 있다. 이번 추가 투자로 생산 가능한 물량은 4만5000장으로 늘어난다. 2022년 월 3만 장 규모의 패널 양산에 들어간다. 이듬해인 2023년 상반기부터 월 1만5000장을 추가 생산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분기 매출 5조3534억원에 영업적자 3687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추정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TV 판매량이 줄어들자 업체들이 패널 구입량을 줄였기 때문이다. LCD 패널이 재고로 쌓이면서 설비 가동률을 임의로 낮추고 있는 상황이다. 전 분기(1320억원 적자) 대비 적자 폭도 두 배 이상으로 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디스플레이가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적기 투자’로 디스플레이산업의 주도권을 되찾아야 한다고 판단해서다. LCD산업은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등에 업은 BOE 등의 업체들이 저가 패널을 쏟아내면서 중국에 주도권을 내준 상태다. 하지만 대형 OLED 패널은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OLED TV를 주력 제품으로 전환하는 TV 업체들도 늘고 있다. LG전자뿐만 아니라 중국 스카이워스, 일본 소니, 유럽의 필립스 등 15개사가 ‘OLED 진영’에 합류했고, 현재는 물량이 없어서 못 팔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대형 OLED 패널 판매량은 올해 380만 대로 예상된다. 2022년 100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OLED로 사업 재편 가속화

문제는 가격 경쟁력이다. LCD 패널 가격이 떨어지면서 삼성전자는 미국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 마케팅’을 하고 있다. 이로 인해 OLED TV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창한 LG디스플레이 TV마케팅담당(상무)은 “QLED를 포함해 LCD TV 가격이 하락한다 해도 OLED TV에 주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고양이가 커진다고 호랑이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고양이’는 LCD를 기반으로 만든 삼성전자 QLED TV를 빗댄 말로, ‘프리미엄 TV인 OLED TV와 QLED TV는 경쟁 상대가 아니다’는 말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런 이유로 LG디스플레이는 탈(脫)LCD 및 OLED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8.5세대 OLED 패널과 LCD를 동시에 생산하고 있는 파주 P8도 예상보다 빠르게 LCD 라인을 OLED 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부터 중국 광저우 8.5세대 OLED 공장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서동희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3분기부터 광저우 OLED 공장이 양산을 시작하면 OLED 패널 생산능력이 두 배 가까이 확대돼 주도권을 더 공고히 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