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봉현 대표 "어떤 이야기든 진심 담아내야 관객 몰리죠"
배우 라미란과 이성경을 앞세운 여성 버디 영화 ‘걸캅스’가 화제작들과의 경쟁 속에 입소문을 타고 흥행에 성공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입장권전산망에 따르면 이 영화는 지난 9일까지 관객 162만 명을 기록했다. 총제작비 63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의 손익분기점인 150만 명을 넘었다.

영화제작자인 변봉현 필름모멘텀 대표(사진)는 ‘소원’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 이어 ‘걸캅스’까지 세 편의 ‘중급 영화’를 연달아 흥행에 성공시켰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변 대표를 만났다.

“‘걸크러시 열풍’이 흥행에 크게 작용했습니다. 두 여성경찰이 뜨거운 열정과 정의감으로 맹활약해 악당들을 제압하는 이야기이니까요. 사실 국내 영화계에서 여성 주연 영화는 모험으로 받아들여져요. 투자단계에서 주인공을 남자로 바꿔오면 좋겠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걸캅스’는 개봉 전부터 ‘남녀 갈등영화’라는 이슈로 언쟁이 붙었다. 일부 남성들이 여성 경찰을 비하하는 글을 인터넷에 쏟아냈고, 여성들이 반박했다. 논쟁에 자극받은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는 조조나 심야시간대 좌석을 구입하는 ‘영혼 보내기 운동’도 일어났다.

“당황스러웠어요. 한국영화에서 성 대결이 이처럼 치열했던 경우는 본 적이 없거든요. 하지만 소재의 신선함이 먹혔습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다룬 첫 영화거든요. 성관계 영상을 퍼뜨리는 행위를 막기 위해 여형사들이 뛰는 모습이 여성 관객들의 우려를 잘 반영한 듯싶습니다.”

변 대표는 “관객들을 가르치려 들면 안 된다고 생각해 메시지를 가볍게 풀어낸 것도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경찰 주무관들이 민원실에서 겪는 상황을 코믹하게 연출했다. 수사 과정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과 태도를 부각시켰다.

‘걸캅스’는 20여 년간 48편의 영화에서 조역을 맡은 라미란의 첫 주연작이다. 변 대표는 “영화 ‘소원’에서 (라미란과) 함께 일했는데 연기가 뛰어났다”며 “배우 라미란을 위한 영화를 기획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라미란은 기대에 부응했다. 극중 레슬링 선수 출신 경찰로서 액션 훈련까지 잘 소화했다.

변 대표는 서울예술대를 졸업한 뒤 뮤직비디오 제작 현장에서 일하다 2006년 한·일 합작영화 ‘보트’ 프로듀서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처음 제작한 ‘소원’은 관객 274만 명을 모아 손익분기점 180만 명을 넘었다.

“‘소원’은 아동성폭행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는데 비슷한 일을 겪었던 한 관객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어요.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경을 잘 담아냈다는 거죠. 그 순간 영화를 정말 신중하게 만들어야겠구나 다짐했습니다.” 이명세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나의 사랑 나의 신부’도 손익분기점 130만 명을 넘어 214만 명을 기록했다.

“제작자로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게 목표예요. 저를 믿고 투자하는 분들에게 손해를 안길 수는 없거든요. 관객 예상 규모에 맞춰 제작비를 결정합니다. 어떤 이야기든, 최선을 다해 만들면 관객에게 그 진심이 전달된다고 믿습니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