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쿡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세계 최초’ 경쟁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달리 애플은 한발 늦더라도 내실을 다지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그동안 화면을 접을 수 있는 폴더블 스마트폰을 내놓겠다고 밝힌 적이 없다. 애플은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출시 경쟁에서도 한걸음 물러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세계 최초로 5G 전용폰 갤럭시S10 5G 판매를 시작했지만 통신 품질 논란에 휩싸였다.

애플은 대신 폴더블폰의 핵심인 구부러지는 디스플레이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는 투명 폴리이미드(PI) 필름을 사용해 접는 문제를 해결했다. 이번에 투명 PI 필름이 쉽게 벗겨지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유리로 교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애플은 아예 접히는 유리 개발이라는 정공법을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적인 유리 제조업체 코닝에 자금을 지원한 것을 두고 애플이 첫 폴더블폰에 강화유리를 적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5G 첫 상용화를 두고 벌어진 글로벌 경쟁에서도 애플은 보이지 않았다. 최근 3년간 퀄컴과의 특허침해 소송으로 5G 스마트폰용 모뎀칩(통신칩)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한 영향도 컸다. 최근 특허전 종료 합의로 모뎀칩을 공급받을 수 있게 돼 2020년께야 5G 스마트폰을 내놓을 전망이다.

애플이 무리하게 세계 최초 경쟁을 벌이지 않은 전례는 많다. 아이팟이 처음 시장에 나온 2001년은 이미 한국 업체들이 MP3 시장을 점령하고 있던 때였다. 그러나 애플은 직관적인 디자인과 조작하기 쉬운 인터페이스로 시장을 휩쓸었다. 아이팟 인기가 치솟았던 2010년 세계 시장 점유율은 75%에 육박했다.

2014년 첫선을 보인 애플워치 역시 그랬다. 삼성전자는 2013년 갤럭시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갤럭시기어를 내놨다. 이전에도 손목에 차는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은 업체들이 있었지만 액세서리에 머물렀다.

애플은 스마트폰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데도 시간을 들였다. 삼성이 5.3인치 갤럭시노트를 공개한 지 3년이 지난 2014년 5.5인치 아이폰을 내놨다. 2017년에야 아이폰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업계에서는 ‘최초’보다는 ‘최고’를 추구하는 애플의 전략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폴드 출시 연기는 5G 첫 상용화 논란과 비슷한 맥락”이라며 “최초 경쟁에 매몰돼 최고의 품질을 내놓겠다는 목표를 내려놔선 안 된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