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판매 중인 순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현대차
현대자동차가 판매 중인 순수 전기차 ‘코나 일렉트릭’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 사진=현대차
“매물은 있는데 배터리가 안전한 지 알 수 없어요, 사실상 성능 점검이 불가능하죠…그래서 매매를 꺼립니다.”

순수 전기 자동차의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배터리 점검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이들의 전문성을 검증할 수도 없어서다.

중고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팔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성능·상태점검기록부(성능기록부) 항목 등 매매거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제도적 기반이 없다. 배터리 등 중고 전기차의 핵심 부품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한경닷컴>의 취재 결과 중고차 매매업체가 구매자에게 의무적으로 발급하는 성능기록부에 전기차를 위한 별도 기준이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능기록부는 차의 ‘등기부등본’과 같다. 연식과 최초 등록일, 주행거리 등 기본적인 정보 뿐 아니라 사고‧수리 내역, 동력전달장치와 조향‧제동장치 고장 여부, 변속기 누수 등을 한눈에 보여준다.

성능기록부와 다른 이상이 발견되면 정해진 기간 안에 발급한 정비업체에서 무상 수리 및 보상을 받을 수 있다. 허위로 기재된 경우 전액 환불받을 수 있어 반드시 챙겨봐야 할 것 중 하나로 꼽힌다.

그렇지만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 주요 부품에 대한 점검 항목 자체가 없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생명력을 좌우하는 핵심 기술이다. 쉽게 교체할 수 없는 복잡한 부품이기도 하다. 그만큼 출고 당시 대비 얼마나 성능이 좋은지에 따라 상품성도 올라간다.

익명을 요구한 중고차 매매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똑같이 성능 검증을 하고 있다”며 “법적인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배터리 말고 섀시(차대)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털어놨다.

또 “업체 입장에서는 배터리 성능을 몰라 적정 가격을 매기기 힘들다”면서 “팔 때도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꺼리는데, 구매자는 더 불안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규모가 큰 매매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한 매매업체는 “전기차는 성능기록부에 어떻게 진단을 해야 하는지 근거가 없다”며 “그나마 배터리의 고장 여부만 진단하고 별도로 간단히 기재해주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담당 부처인 국토교통부(국토부)는 관리에 허점이 있음을 숨기지 않고 인정했다. 국토부 측은 “전기차와 수소연료전기차는 아직 반영을 못했다”면서 “성능기록부 검사 항목에 배터리와 메인 모터, 교류 직류 전환 장치는 없다”고 답했다.

이어 “어떤 기준에 따라 점검해야 하는지 정립이 안된 상황”이라며 “전문가 자문을 거쳐 늦어도 내년까지 반영 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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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시장의 규모는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지난해 전기차 누적 보급 대수는 5만5756대로 전년(2만5593대)보다 두 배 이상 훌쩍 뛰어넘었다. 2014년 처음 1000대를 돌파한 이래 해마다 비약적 성장을 하고 있다. 올 연말엔 10만 대가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나면서 중고차 거래도 활발해졌다. SK엔카닷컴을 보면 등록된 전기차는 2016년 175대에서 지난해 1009대를 기록했다. 2년 새 6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토부가 먼저 제도를 갖추기보다 가시적 성과에 매달린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서둘러 준비 하겠다”면서도 “전기차는 출시된 지 오래되지 않아 크게 문제된 사례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전기차 성능 점검 인력을 어떻게 검증하고 교육 할지도 막막한 상황이다. 국토부는 “고전원 전기 장치(전기차)를 교육 과정에 반영한 올해보다 앞서 자격을 딴 분 들을 어떻게 할지 검토해야 한다”며 “추가 교육 등 여러 단체를 통해 보강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