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제출한 자구계획안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그룹 핵심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에선 벌써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잠재 후보군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1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려면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와 새로 발행할 신주를 동시에 사들여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시장의 매각 기대에 13.05% 오른 주당 4430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8887억원으로 금호산업 보유 지분(33.49%) 가치는 약 3000억원이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감안하면 구주 가격만 5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IB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항공업 면허와 항공 노선에 상당한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채비율이 815%에 달하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대규모 신주 발행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으로부터 빌린 차입금은 약 4000억원이지만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이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을 상환해야 의미있는 재무구조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는 게 업계 진단이다. 유상증자 규모가 최소 5000억원에서 많으면 1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兆) 단위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탄탄한 자금력과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만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에선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설이 돌았던 SK와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 2017년 티웨이항공을 인수하려다 막판에 포기한 신세계 등이 언급되고 있다. CJ대한통운을 통해 물류사업을 확장하는 CJ와 제주항공을 보유한 애경그룹도 잠재 후보로 꼽힌다.

인수 경쟁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항공업은 부채가 많고 금리·유가·환율 변동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사업이어서 섣불리 뛰어들기엔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IB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매물로 나오면 많은 기업이 인수를 검토하겠지만 끝까지 남을 후보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구주와 신주 비중 등 인수 구조를 어떻게 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