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20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올 연말까지 금리를 올릴 계획이 없음을 시사하면서 신흥국 채권형 펀드 성과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채권가격 상승은 채권 투자수익 확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Fed의 직전 금리인상 사이클 후반기였던 2006년엔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의 연간 수익률이 8.3%에 달했다.

수익률 회복하는 신흥국 채권펀드

美 금리인상 속도조절에…신바람 난 신흥국 채권펀드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신흥국 채권형 펀드 29개는 올해 들어 평균 4.99%(20일 기준)의 수익을 냈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30개도 이 기간 5.3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형 펀드 62개 평균(2.27%)을 크게 앞선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과 신흥국 채권은 채권 시장에서 위험과 기대수익이 상대적으로 높은 자산이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시장에 ‘긴축 발작’을 불러온 Fed가 올해는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글로벌 위험자산 투자심리가 일부 회복된 점이 이 자산군에 투자하는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글로벌 하이일드 채권형 펀드 가운데서는 ‘이스트스프링 미국하이일드펀드(H)’의 연초 이후 수익률이 6.81%(A클래스 기준)로 두드러졌다. ‘슈로더 글로벌하이일드펀드(H)’도 6.62%의 수익을 올렸다.

신흥국 채권형 펀드 중에선 ‘삼성 누버거버먼이머징국공채플러스펀드(UH)’가 올 들어 7.2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신흥국 달러표시 채권에 투자해 자본차익과 이자를 함께 챙기는 상품이다. ‘피델리티 이머징마켓펀드’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6.65%로 높다.

부진했던 지난해와는 다른 모습이다. 아르헨티나와 터키 등의 금융불안 여파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면서 신흥국 채권형 펀드는 지난해 평균 4.96%의 손실을 봤다. 글로벌 채권형 펀드(-1.13%)의 4배 이상으로 깨졌다.

통화가치 안정에 高금리 매력 부각

신흥국 채권은 선진국 채권에 비해 위험이 높은 탓에 금리도 높다. 하지만 통화 변동성 때문에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인이다.

표면금리가 연 10%에 달하지만 지난해 헤알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 때문에 투자자들의 마음을 졸인 브라질 채권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올해 들어 미국이 금리인상을 자제하면서 달러 강세가 완화된 점은 신흥국 통화가치를 안정시켜 신흥국 채권 투자 매력을 높이고 있다.

신흥국 신용위험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4분기 235.7bp(1bp=0.01%포인트)까지 상승했던 신흥국 CDS프리미엄은 최근 166.5bp까지 하락했다. 신흥국들의 통화정책도 완화적인 분위기다. 환율 안정으로 소비자물가도 안정돼 기준금리를 올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작년 두 차례 금리를 올렸던 인도는 소비자물가가 정책목표 하단까지 떨어지자 지난달 금리를 낮췄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소비자물가도 정책목표 아래에 머물고 있다.

신동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 등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요인이 있지만 지난해와 같은 수준의 우려가 고개를 들 가능성은 낮다”며 “신흥국 채권을 둘러싼 환경이 안정적이라 선진국 채권 대비 높은 투자 수익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값이 그간 많이 상승한 데 따른 부담은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해 채권 투자 매력이 높은 것은 분명하지만 현 시점에선 가격 부담도 없지 않다”며 “일시적 불안 요인으로 변동성이 높아지는 때를 매수 기회로 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