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평화 올림픽' 상징돼야 할 평창 올림픽 유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인류 평화대제전에 걸맞게 남북한의 평화를 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1년여가 지나며 경기장 시설 등 관리 주체가 정리되고 있는데 정선 가리왕산 알파인 스키장을 어떻게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로서는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두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 가능한가”라는 존재론적·관계론적인 질문에 대한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고, 또 하나는 정선군, 강원도, 지역주민단체, 산림청, 환경단체 등 관련 집단의 주장이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원주환경청이 생태복원 이행조치 명령과 함께 과태료 800만원을 부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강원도는 경기장의 합리적 존치(부분 복원) 계획에 변함이 없으며 과태료 부과에 이의신청을 제기할 방침임을 밝혔다. 정선군 범국민투쟁위원회는 “곤돌라와 관리도로 존치 이외에는 어떤 합의안도 수용할 수 없기에 강력한 대(對)정부 투쟁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했다. 서로가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 같은 일촉즉발 상태다.

그런데 우리 힘으로 ‘평화와 번영’이란 불씨를 지핀 평창 동계올림픽이, 세계인의 가슴속에 기억돼야 할 올림픽 유산이, 이런 논란의 대상이 돼야 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당초 ‘복원’이란 자구(약속) 이행에 발목 잡힌 산림청이 가리왕산 원상 복구를 주장한다면, ‘동계 스포츠 활성화와 지역경제를 위해 필요하다면 사후 활용도 가능하다’는 동계올림픽 지원법 단서조항도 살펴봐야 할 것이다.

서로 다른 두 주장은 접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인가. 필자는 제3의 대안을 생각해본다. 핵심은 일부 시설(곤돌라)을 올림픽 유산 및 관광용으로 사용하면서 가리왕산 산림유전자원을 더 많이 보존하자는 것이다. 차제에 해당 지역 80여㏊ 복원에 국한하지 말고 더 많은 산림 면적을 유기농화하면 가리왕산 쟁점 지역을 포함한 그 주변 생물유전자원은 어떻게 될까. 모든 생명은 연결돼 있기에 주변 생물자원이 풍부해져 가리왕산 핵심 지역도 좋아질 것이다. 오히려 이 일이 생명과 환경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하나 지역민이 그토록 바라고 있으니 강원도와 정선군 판단을 믿어보자는 것이다. 애초 올림픽 유치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성공적으로 대회를 치르지 않았던가. 이것이 또한 진정한 지역자치를 해 나가는 전범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우리는 ‘근대의 치욕’까지도 유적이 되고, 볼거리와 생각할 거리를 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유럽의 오랜 도시엔 서로 다른 왕조·종교 건물과 시설이 어울려 있다. 심지어 치욕스러운 역사적 사실을 간직한 건물이나 상징, 환경도 박물관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것이 도시 역사를 더 풍부하고 깊게 하고 있다. 없던 시설을 스토리에 맞춰 새로 세우는 경우도 있다.

우리도 이야기를 만들고 상징을 가꿔 가야 한다. 가리왕산 알파인 경기장은 ‘평화 올림픽’이란 상징성이 있으니, 새로 2000억원을 들여 복원하는 것보다 그 소용에 대해 한 번 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각자 자기 주장을 버리고 큰 틀에서 지혜를 발휘하면 100점은 아니라도 80점짜리 해법은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꼭 그렇게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