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 침투하는 로봇

도쿄빅사이트, 2020년까지 기업 부스 'sold out'
최근 10년 새 도쿄의 일상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로봇이 생활 속으로 깊숙이 침투했다는 점이다. 로봇이 과거 사람이 하던 일을 대신하는 영역도 가게 점원, 경찰, 호텔리어, 의사 등으로 다양해졌다. 지난해 11월 도쿄 세이부신주쿠역에선 응급환자나 수상한 사람을 찾아내는 보안 로봇 ‘페르세우스봇’의 실증실험이 이뤄졌다. 도쿄, 오사카 등에선 공룡 등의 모습을 한 로봇이 고객을 맞이하는 ‘이상한 호텔’이 영업을 하고 있다. 닭꼬치 꿰는 로봇, 케이크 자르는 로봇도 상용화돼 있다.

지난 18일 일본 도쿄 고토구에 있는 도쿄국제전시장(도쿄빅사이트). 16일부터 사흘째 로봇, 자율주행차, 공장자동화 기술 등이 펼쳐진 전시회장에서 취재진의 눈길을 끈 건 입구에 설치된 붉은색 상황판이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올 하반기와 내년에 열릴 전시회 예약 상황을 알려주는 판이었다. 거의 빈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예약완료’라고 쓰인 빨간 테이프가 가득했다. 전시 실무자인 모리타 유 씨는 “아직 1년이 남았지만 내년 전시회 부스 역시 예약이 거의 끝날 정도로 업체들의 참가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새해 벽두부터 전시장을 가득 메운 인파의 열기는 뜨거웠다. 순수 전시장 면적만 9만5420㎡로 한국 코엑스의 2.6배에 달했지만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173개 늘어난 2640개사가 참여한 가운데 13만 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았다.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지난 18일 일본 최대 전시장인 도쿄빅사이트에서 열린 첨단기술 박람회에서 로봇업체 야스카와의 산업용 로봇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도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취재팀이 지난 18일 일본 최대 전시장인 도쿄빅사이트에서 열린 첨단기술 박람회에서 로봇업체 야스카와의 산업용 로봇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도쿄=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경량화 신소재 대거 선보여

자동차와 관련된 신기술을 선보이는 ‘오토모티브 월드’ 전시장에서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가 큰 주제였다. 자동차 업체뿐만 아니라 화학, 철강 등 소재 기업도 대거 참여했다. 전기차가 가솔린 차량만큼 장거리 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차체 무게를 줄이는 게 핵심인 까닭에 차체 경량화 기술을 선보인 업체가 많았다.

신닛테쓰스미킨은 고장력강판 비율을 높여 기존 철강 소재보다 30% 경량화한 신소재를 선보였다. 리튬이온 전지의 케이스 등에 쓰이던 알루미늄을 새로 개발한 소재로 대체하면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알루미늄은 철에 비해 3분의 1가량 가볍지만 가공이 어려워 가격이 비싸다. 신도 고세이 신닛테쓰스미킨 사장은 “철이라도 경량화가 가능하다”며 “소비자에게 단순히 소재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설계 및 가공 방법까지 종합 솔루션을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율주행차 시대를 대비한 업체도 속속 등장했다. 차량 내부가 운전이 아니라 오락 공간으로 바뀌는 시대를 대비한 기술이다. 덱세리얼즈는 차량 앞 유리에 정보를 선명하게 표시할 수 있는 저반사 필름을 선보였다. 필름 표면을 울퉁불퉁하게 가공해 비치는 정보 이외 빛은 반사되지 않도록 하는 소재 기술이다. 파나소닉도 차량 내부 디스플레이에 활용할 수 있는 반사 저감 필름을 전시했다.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차량 부품을 개발한 업체도 있다. 야마가타와 히타치제작소는 공동 개발한 ‘홀로 개라지’를 선보였다. 정비공이 자동차를 정비할 때 AR을 적용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내부 부품 위치를 3차원(3D)으로 보여줘 실수를 줄이는 기술이다.

협동로봇도 각광

협동로봇 전시장은 전시회 마지막날인 18일 오후 늦게까지 사람들로 붐볐다. 최근 일본에서 일손 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인력을 대체할 로봇에 대한 관심은 더욱 뜨거웠다. 산업용 로봇 전문기업 화낙은 최대 중량 35㎏까지 운반할 수 있는 협동로봇을 전시했다. 지금까지 시장에 나온 협동로봇 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을 들 수 있는 로봇이다.

자동화기계 전문기업 덴소는 AI를 적용한 협동로봇 ‘코보타’를 이용해 전시장 부스에서 로봇만으로 화이트보드를 생산하는 공장 자동화를 선보였다. 학습만 시키면 다양한 공정에 활용할 수 있다.

초고령화사회가 깊어짐에 따라 노인들의 일상생활을 돕는 보조용 로봇도 관람객 눈길을 끌었다.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걷는 데 도움을 주는 보조용 로봇을 개발하는 이노피스는 최대 25㎏ 중량까지 보조 가능한 ‘맥스 슈트’를 선보였다.

로봇 제조업체 모션리브는 사물에 따라 쥐는 힘이 달라지는 로봇을 선보였다. 부서지기 쉬운 물건이면 로봇이 스스로 인식해 딱딱한 것을 쥘 때보다 약한 힘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모션리브의 오가타 마사요시 씨는 “다품종 제품을 개발하는 산업현장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쿄=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