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이 미술품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이른바 ‘국경 없는 아트소비 시대’가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서는 미술 애호가가 매년 늘고 있다. 해외 역직구(수출)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최근 글로벌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 사업(월드와이드옥션)을 통한 미술품 직구시장에 뛰어들었다. ‘월드와이드옥션’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등에서 진행하는 경매의 실시간 정보는 물론 응찰, 낙찰 후 작품 운송, 설치에 이르기까지 원스톱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국내 미술시장에 국내외 미술품을 경매하는 업체는 많지만 해외 미술품 경매를 전문적으로 알선·대행해주는 회사가 등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미술사업이어서 업계에서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해외미술품도 '직구'시대…경매대행 서비스 첫 등장
◆3000억원대 미술품 수입시장 잡아라

서울옥션블루가 해외 미술품 경매대행 사업에 전격 진출한 것은 커지고 있는 수입시장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 애호가와 아트딜러, 기업 등이 해외에서 사들인 미술품은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억23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 국내 경매시장 규모(약 1900억원)를 훨씬 웃돈다. 최근에는 40~50대 미술 애호가들이 투자 리스크가 작고 환금성이 뛰어난 유망 해외 작가 작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손지성 서울옥션 홍보팀장은 “크리스티, 소더비 등 세계적인 경매회사가 아시아 시장을 겨냥해 홍콩에서 경매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시차와 접근성 등이 좋아진 데다 가격 면에서 유리해 직접 구매를 선호하는 애호가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해외미술품도 '직구'시대…경매대행 서비스 첫 등장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를 통해 이 같은 잠재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듯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데다 화랑이나 아트페어를 방문하지 않고 외국 작가 작품을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 투자자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서울옥션블루 웹사이트에 접속한 뒤 ‘월드와이드옥션’을 선택해야 한다. 수 백 개 해외 미술품 경매업체의 출품작 정보를 확인할 수 있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응찰을 요청하면 된다.

◆서울옥션블루 90억원 투자 유치

2016년 2월 서울옥션의 자회사로 출범한 서울옥션블루는 미술품 온라인 경매와 고급 애장품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경매 품목도 기존의 그림 위주에서 아트토이, 데코디자인, 럭셔리 제품 등으로 확대해 회사 출범 1년3개월 만에 낙찰총액 143억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미술시장 고도화를 위한 첨단 정보기술(IT)을 적극 도입해 미술시장의 흐름과 데이터를 서비스하고 있다. 다음달에는 미술품 및 컬렉터 편집숍 사업을 벌일 예정이다. 서울옥션블루의 성장세가 점쳐지자 기관투자가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한국투자파트너스와 KDB캐피탈은 80억원을 투자했고, 한화시스템은 서울옥션블루의 IT 기술개발 관계사 위빌에 10억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성장을 겨냥한 중장기 투자전략이 유효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정봉 서울옥션블루 대표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미술시장 고도화를 위한 ‘아트+테크놀로지’ 기술개발에 중점을 두겠다”며 “인공지능(AI)형 큐레이팅 시스템을 개발해 전시회와 갤러리를 융합한 중저가 미술품 판매 및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