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신흥국 위기 역시 잠잠해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터키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브라질 인도네시아 인도 등의 통화가치가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킬 정도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양적완화로 주식과 부동산 시장에 낀 거품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주가가 고평가됐다. 나쁜 시기를 앞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 런던 시드니 등 주요 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10년간의 상승기를 끝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부채 문제는 또 다른 뇌관이다. IMF에 따르면 2007~2016년 세계 부채 증가액의 43%를 중국이 차지했다. 작년 말 중국의 GDP 대비 비(非)금융 부문 부채 비율은 208.7%로 150%를 조금 넘는 미국과 유럽보다 훨씬 높다.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다음 위기는 취약한 금융 시스템 속에 숨어 있다”며 위험성을 지적한 바 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데다 대미· 대중 수출 비중이 40%에 육박하는 한국으로서는 어느 것 하나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요인들이다. 그런데도 국내에서는 관심이 나라 안 문제에 쏠려 있다.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선진국들은 글로벌 위기를 걱정하는데 대부분 경제지표에 빨간불이 켜진 한국은 한가하게 “소득주도 성장이 맞네, 틀리네” 다투느라 여념이 없다.
지금 우리 경제는 안팎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밖에서는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가. 10년 주기로 찾아온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벌써 잊은 것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