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오른쪽)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축하를 받은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오른쪽)이 1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왼쪽),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의 축하를 받은 뒤 인사를 나누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문희상 신임 국회의장은 평소 “여야는 싸우더라도 국회에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해 온 대표적인 의회주의자다.

문 의장은 13일 국회의장 취임연설에서도 역지사지(易地思之)를 강조했다. 그는 “왜 국회의장이 당적을 보유할 수 없는지 그 취지를 잘 알고 있다”며 “국민의 눈높이에서 역지사지 자세로 야당의 입장, 소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고 바라보겠다”고 말했다.

이주영 국회 부의장(왼쪽), 주승용 국회 부의장
이주영 국회 부의장(왼쪽), 주승용 국회 부의장
문 의장이 가장 즐겨 쓰는 사자성어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정치가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설 곳이 없다는 의미다. 문 의장은 “국회는 민주주의 꽃이자 최후의 보루”라면서 “무신불립, 국민 신뢰를 얻으면 국회는 살았고, 국민의 신뢰를 잃으면 국회는 지리멸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여당에는 책임감을, 야당에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라 경쟁적 협조를 당부했다. 문 의장은 “개혁 입법, 민생 입법의 책임은 정부·여당이 첫 번째다. 집권 2년차에도 야당 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야당도 국민 눈높이에 맞는 협상 태도와 요구할 것은 요구하되 내줄 것은 내주는 경쟁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문 의장은 현 여권이 배출한 세 명의 대통령과 모두 개인적 인연이 있지만 탁월한 균형감으로 야당 인사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후반기 국회에서 ‘협치’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의장은 1980년 김대중 전 대통령(DJ)의 동교동계로 정계에 발을 디딘 후 DJ의 외곽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중앙회장을 세 차례 지냈다. 김대중 정부 국가정보원 기획실장을 지냈으며 노무현 정부에서는 2003년 초대 비서실장을 맡았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직후에는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일본을 방문했다. 동교동 출신이면서 범(汎)친노무현계로 분류된다.

이런 독특한 정치적 배경 때문에 민주당이 위기에 봉착할 때마다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2013년 1월 대선 패배로 당시 민주통합당이 혼돈에 빠졌을 때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4개월간 당 수습을 책임졌다. 이듬해 9월 당의 재정비를 위한 비대위원장 중책을 맡기도 했다. 2014년 비대위원장 때는 당내 계파주의를 겨냥해 “개작두를 칠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일로 ‘여의도 포청천’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외모와 대비되는 뛰어난 지략으로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민주당 내 최고령(73세) 현역이며 2020년 총선은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날 문 의장과 함께 후반기 국회를 이끌 부의장단에 선출된 자유한국당 소속 이주영 신임 부의장은 “국민이 기대하는 민의의 전당으로 생산적인 국회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바른미래당 몫의 주승용 신임 부의장은 “대한민국 정치의 중심은 청와대가 아니라 민심의 전당인 국회가 돼야 한다”며 “국회가 1년 365일 불을 끄지 않고 중단 없이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