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비(非)농업인의 농지 소유를 억제하기 위해 농지법 개정 작업에 나선다고 한다. 불법 임대차 처벌을 강화하고, 허용되는 임대차도 신고를 의무화하겠다는 게 개정의 주요 내용이다. 농식품부는 대통령 대선 공약에 따라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재확립하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농촌 상황이나 농업 발전방향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려운 경자유전 원칙을 내세운 과도한 규제가 합당한지 의문이다.

정부는 ‘외지인의 농지 투기 억제’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농촌인구는 갈수록 감소하는 데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는 게 현실이다. 농지법상 불법 임대차에 대한 처벌 조항에도 불구하고 전체 농지에서 임대차 농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2005년 42%에서 2016년 50%로 늘어난 게 이런 현실을 잘 보여준다. 무작정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농민 반발로 접기는 했지만 2003년 도하개발아젠다(DDA) 등 농업 개방 압력에 따라 농지 임대차 전면 허용을 추진한 것도 그런 배경에서였다. 이에 비춰 보면 정부의 경자유전 원칙 재확립 방침은 농촌 현실을 외면하고 국제 흐름에도 후퇴하는 쪽으로 가는 셈이다.

더구나 지금은 과거 지주와 소작농 사이의 지극히 불평등한 관계를 전제로 했던 경자유전 원칙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농사’의 시대가 아니라, 번듯한 산업으로서의 ‘농업’이 요구되는 시대다. 농업의 규모화는 물론이고 비농업 법인에 임대차를 허용해서라도 기업투자 유치나 다른 업종 또는 첨단기술과의 융·복합화가 한국 농업 앞에 놓인 과제다. 네덜란드 농민은 “우리를 기업인으로 불러달라”고 할 정도로 선진국 농업은 기술집약산업, 지식산업, 벤처산업으로 탈바꿈하고 있지 않은가.

농식품부는 일부 농민 간의 농지 임대차는 허용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지만 이는 근본 해결책도 아닌 데다, 한국 농업을 여전히 ‘농민들만의 리그’에 가두는 것밖에 안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혁신하는 첨단기술 농업을 지향한다면 오히려 농지 임대차를 대폭 허용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게 한국 농업이 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