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공방’이라는 뜻의 실습장 유메코보(왼쪽). 방과후 학생들이 공작 기계를 이용해 물건을 제작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꿈의 공방’이라는 뜻의 실습장 유메코보(왼쪽). 방과후 학생들이 공작 기계를 이용해 물건을 제작하고 있다. 임락근 기자
인구 5만 명의 소도시 일본 이시카와현 노노이치시에 있는 가나자와공대(KIT). 이 사립대는 지난해 아사히신문이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종합평가에서 도쿄대와 공동 3위에 올랐다. 직전 연도까지는 7년 연속 1위였다. 취업률은 99%에 육박한다. 오사와 사토시 KIT 총장은 “산학협력에 기반한 실습 교육, 면학 관리를 위한 IBM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왓슨’ 도입 등 교육 혁신이 비결”이라고 말했다.

일본 지방 사립대들은 ‘실사구시’를 내건 특화 전략으로 수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 등록금 동결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존폐 위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지방대와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용학문’으로 최고 명문 대접

KIT의 경쟁력은 ‘유메코보’(꿈의 공방)로 대변된다. 1993년 설립된 유메코보는 학생들이 방과후 실습을 하는 공간이다. 수억원에 달하는 3D프린터 등 실습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재료비는 학교와 후원 기업이 전액 지원한다. 유메코보에서 해마다 열리는 학생들의 작품 발표회에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이 참관한다. 그 자리에서 바로 채용이 결정되는 경우도 많다. 실용적인 교육을 위해 교원도 기업 관련자를 뽑아 절반가량이 산업계 출신이다. 이 학교 항공시스템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다이라 미하루(22)는 “유메코보 때문에 도쿄에 있는 학교가 아니라 KIT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팀을 이뤄 사회에 필요한 것을 찾고 문제해결을 고민하는 프로젝트 디자인 수업을 4년간 듣는 것도 KIT 교육의 특징이다. KIT는 지난해 일본 대학 최초로 왓슨을 도입해 학생의 생활 패턴, 적성 등을 바탕으로 진로를 추천해주고 있다. 오사와 총장은 “해마다 졸업생의 4분의 1가량이 상장사에 취업한다”며 “KIT에 최고의 학생들이 입학한다고는 장담 못하지만 들어온 학생들이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영리화’ 논란에 발목 잡힌 한국 대학

5년째 입시 지원자 수 전국 1위 타이틀을 지키고 있는 오사카시의 사립대 긴키대 역시 실사구시가 간판이다. 긴키대는 2002년 세계 최초로 참다랑어 양식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1970년 연구를 시작한 지 32년 만이다. 이후 양식한 참다랑어 유통뿐만 아니라 직접 식당까지 내는 등 사업화에도 성공했다. 마스다 다이조 긴키대 교수는 “광어, 돌돔, 복어 등 완전양식에 성공한 어종이 18종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 덕에 기업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민간기업에서 수탁한 연구 건수는 275건(2015년 기준)으로 전국 2위다.

일본 대학들이 혁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등록금, 학과 신설 및 통폐합 등 자유로운 학사 운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스다 교수는 “일본 사립대는 등록금과 학제 등을 학교 상황에 맞게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며 “등록금을 인상해도 교육의 질이 높다면 학생들에게 선택받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국내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 입학금 전면 폐지 등에 꽁꽁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는 동안 지방대는 국립·사립 가리지 않고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지난 2월 경영 부실과 학사 비리 등으로 폐교된 서남대까지 포함해 9개 대학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는 “각 대학은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 사업, 평생교육 단과대학 육성 사업 등 재정지원 사업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교육의 본질을 해치고 영리화로 이어진다는 반대 여론에 막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사카·가나자와=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