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시범단 30여 명 평창올림픽 기간 방한…평창과 서울서 시범공연
지난해 무주 방문한 ITF 시범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
남북교류 물꼬 튼 태권도, 7개월여 만에 평창서 재회
북한 태권도가 7개월여 만에 다시 남녘 무대에 오른다.

남북은 17일 판문점 우리측 평화의집에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동계패럴림픽 참가와 관련한 실무회담을 하고 11개 항의 합의 내용을 담은 공동보도문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북측은 30여 명의 태권도 시범단을 파견하며, 남측 평창과 서울에서 시범공연을 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범공연 일정은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은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응원단, 기자단과 함께 오는 2월 7일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남측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북한 태권도시범단의 방한은 7개월여 만에 다시 성사됐다.

북한 주도로 발전한 국제태권도연맹(ITF) 태권도 시범단은 지난해 6월 전북 무주에서 열린 2017 세계태권도연맹(WT) 세계태권도선수권 대회 기간 8박 9일 일정으로 방한해 대회 개폐회식과 전북도청, 국기원에서 총 4차례 시범공연을 펼쳤다.

국제경기단체를 매개로 한 것이었지만 ITF 시범단의 방한은 새 정부 출범 후 첫 남북 체육 교류 사례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해 방한한 ITF 대표단과 시범단 36명 중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ITF 명예총재와 ITF의 리용선 총재, 황호영 수석부총재, 최형철 재정위원회 부위원장, 박영칠 단장과 송남호 감독 등 32명이 북한 국적이었다.

송남호 감독 등 16명의 순수 시범단원은 모두 북한 국적을 가졌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남녘 땅을 밟을 북측 태권도 시범단도 지난해 방한했던 ITF 시범단원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고 관측된다.

이번 합의는 남북 간에 이뤄진 것으로 국제스포츠기구인 ITF와는 별개이지만 ITF 시범단 주축은 북측 단원이기 때문이다.
남북교류 물꼬 튼 태권도, 7개월여 만에 평창서 재회
태권도는 뿌리는 하나이지만 남북한이 각각 주도하는 WT와 ITF로 양분돼 발전해왔다.

ITF는 1966년 3월 서울에서 육군 소장 출신 고(故) 최홍희 씨가 주도해 설립됐다.

ITF는 이후 최홍희 초대 총재가 한국 정부와 갈등으로 1972년 캐나다로 망명한 뒤 1980년부터 태권도 보급을 위해 북한에 사범들을 파견하고 왕래하면서 북한과 인연을 쌓는다.

한국에서는 1973년 5월 WTF가 창설됐다.

초대 총재는 당시 대한태권도협회장이던 고(故)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이 맡았다.

WTF는 이후 김운용 총재 주도로 태권도를 스포츠로 발전시켜 세계에 보급하고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이뤄냈다.

WTF는 지난해 6월 무주 총회에서 영어명을 WT로 변경했다.

현재 IOC가 인정하는 태권도 종목의 국제경기연맹은 WT다.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WT의 영향력이 확대하면서 ITF의 활동은 점점 북한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이 때문에 'ITF는 북한 태권도'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지난해 ITF 시범단의 방한은 2014년 8월 조정원 WT 총재와 당시 ITF 총재였던 장웅 IOC 위원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상호 인정과 존중, 양 단체 주관 대회 및 행사 교차출전, ITF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추진, 다국적 시범단 구성 등의 내용을 담은 합의의정서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5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열린 WT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개회식에서 WTF 주관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ITF 시범단이 시범을 선보였다.

이후 그해 10월에 WT가 ITF 시범단을 서울로 초청하려 했으나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위협 등으로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불발됐다.

그러다가 지난해 5월 스위스 로잔에서 조정원 총재, ITF의 리용선 총재와 장웅 명예총재가 만나 양 단체의 협력 의지를 재확인하고서는 결국 ITF 시범단의 방한이라는 결실을 내놓았다.

한국에서 열린 WT 행사에 ITF 시범단이 참가한 것은 무주 대회가 처음이었다.
남북교류 물꼬 튼 태권도, 7개월여 만에 평창서 재회
남북 태권도 교류의 첫걸음은 2002년 뗐다.

대한태권도협회는 남북장관급회담 합의에 따라 그해 9월 시범단을 북한에 파견, 평양 태권도전당에서 두 차례 공연했다.

같은 해 10월 황봉영 조선태권도위원회 위원장을 단장으로 한 북한 시범단이 답방 형식으로 서울을 찾아 두 차례 시범공연을 선보였다.

2007년에는 ITF 태권도협회가 남한에서 사단법인 등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자 장웅 당시 총재를 비롯한 ITF 시범단이 3박 4일 일정으로 방한해 춘천과 서울에서 시범공연을 했다.

ITF 시범단이 10년 만에 다시 한국 땅을 밟은 지난해 WT와 ITF는 같은 해 9월 평양에서 열린 ITF 세계선수권대회 때 WT 시범단의 방북공연과 평창올림픽 합동 시범 등을 구두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후 북한의 잇따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 시험발사와 '괌 포위사격' 위협 등으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국 WT 시범단의 역사적 평양 방문 공연은 기약 없이 미뤄졌다.

아울러 평창 공연도 무산되는 듯싶었으나 이번 합의로 남북 태권도 교류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