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청와대 참모들과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여민관 소회의실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열어 청와대 참모들과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논의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도록 노력해 달라”며 “만약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엔 행정해석을 바로잡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노동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 없이는 고용률과 국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이 언급한 ‘행정해석’은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시간에서 제외하고 있는 정부의 행정해석이다. 문 대통령이 행정해석 변경을 꺼낸 것은 국회에 근로기준법 통과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에 계류 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주일 최장 근로가능 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게 골자다. 현행 최장 근로시간 68시간은 법정근로시간 주 40시간에다 연장근로 12시간, 토·일요일 근무 각각 8시간을 합산한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000년 정부가 주말근무를 연장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행정해석을 내리면서 최장근로시간이 68시간이 됐다”며 “만약 휴일근무를 연장근로시간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행정해석을 달리하면 근로기준법 통과 없이도 근로시간을 16시간 단축할 수 있다”고 말했다. 행정해석은 유권해석의 한 형태로 행정기관이 법 집행을 위해 독자적으로 법을 해석하는 것으로 일단은 유효하지만 최종적인 구속력은 없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을 행정해석 변경만으로 밀어붙일 경우 국회와 사회 각계의 적잖은 반발이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한국사회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가 과로 사회다.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당연시하는 사회가 더 이상 계속돼선 안 된다”며 “정부를 포함해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 있는 결단과 실천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과 노동계 등 각 경제주체들도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한 사회적 대화에 나서주실 것을 당부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고용률이 70%를 넘는 국가 중 연간 노동시간이 18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없다”며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이 일자리 나누기와 일·가정 양립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새 정부 첫 국정감사와 관련, “정부는 국회의원들이 제기하는 문제들에 대해 3권 분립을 존중하고 또 국민에게 답변드린다는 자세로 성실하게 국감에 임해주기 바란다”며 “국감에서 제시되는 정책 대안 중 수용할 만한 대안들은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적극적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