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강운구 '네모 그림자'
사진가 강운구 씨가 보리밭에 다가갔을 때, 그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그림자는 푸른 보리의 물결과 어우러져 마치 밭의 일부인 듯 출렁였다. 자연과 내가 하나가 된 순간, 사진가는 숨을 멈추고 손가락에 힘을 줬다. 작가는 “세상은 그림자로 꽉 차 있다. 어떤 그림자가 느낌을 줄 때 그것을 주저 없이 네모난 틀에 가둔다”고 말한다. 빛의 예술인 사진에서 그림자는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는 힘을 발휘한다.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이 사진이 ‘폰카’로 찍었다는 것이다. 필름을 고집했던 ‘거장’이 도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더 자유롭게 빛과 그림자를 담고 있다. (한미사진미술관 ‘네모그림자전’ 11월2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