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6년 프랑스 내과의사 르네 라에네크는 속이 빈 나무 관으로 세계 최초의 청진기를 만들었다. 환자의 몸에 귀를 대고 진찰하는 시대가 끝나고 간접 청신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청진기는 이후 200여년 동안 의사를 상징하는 가장 강력한 의료기기로 군림했다.그런데, 알파고가 인간 바둑 왕을 제압하는 시대에 청진기 진찰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젊은 의사는 `보이는 청진기가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을 살릴 수 있을 텐데`라며 고민에 빠졌다.◇ 의사가 된 컴퓨터광류정원 힐세리온 대표는 공인 아이큐 156, 지능지수 세계 상위 2% 이내의 멘사 회원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할 정도로 컴퓨터광 이었던 그에게 공부는 뒷전 이었다.학교 성적은 중간 이하, 결국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로부터 4년제 대학에 들어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를 듣는다.충격 받은 그는 1년 동안 지독하게 공부해 동국대 전자공학과에 합격했다. 군 제대 후 그는 별안간 재수의 길로 들어섰고, 97학번 늦깎이로 서울대 물리학과에 입학했다. 복수 전공으로는 전자공학을 선택한다."스무 살에 철이 든 것 같아요. 나름 잘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잘 한 것이 하나도 없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을 종이에 써 봤어요. 거짓말 같이 마지막에 남는 것이 공부하는 것이었죠."전 세계적으로 닷컴 열풍이 불던 시절, 류 대표는 여러 벤처회사에 한 발을 담그고 학업와 일을 병행했다. 창업 현장을 몸으로 경험한 류 대표는 졸업과 동시에 창업했다.고화질 디지털비디오레코더 개발회사로 대형 수퍼마켓 부터 카지노까지 관심을 보이며 순항하는 듯 했다. 하지만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나름 큰 프로젝트를 하게 됐고 투자도 받아 괜찮았는데 2003년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도 안 됐고 사업도 안 됐어요. 결국 내가 만든 회사에서 제가 쫓겨 나게 됩니다."어느덧 30대에 들어선 그는 첫 창업 실패라는 충격적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그만 인공지능에 꽂혀 버렸다."비행기를 연구하려면 새의 날개를 봐야 하듯이 인공지능을 풀기 위해서는 뇌를 공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의대에 가서 해부학을 공부하고 신경과에서 일해야겠다 싶었습니다."가천의학전문대학 1기로 입학한 류 대표는 어린 학생들과의 힘겨운 경쟁 끝에 졸업해 의사가 된다. 2009년 그의 나이 36살 이었다.◇ 창업에 나선 의사청구성심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하던 의사 류정원은 무력감을 느낀다. 사고를 당한 만삭의 산모를 앰뷸런스에 태워 큰 병원으로 이동하는 10분의 시간."진단할 수 있는 수단도 없고, 모니터링도 못 하고 그냥 앰뷸런스 타고 가는 거에요. 대학병원으로 이동하는 10분이 마치 몇 시간 처럼 느껴졌어요."결국 그 산모도, 아기도 생명을 잃었다. 병원에 있는 대형 초음파장비는 응급 상황에서 무용지물이었다.들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초음파가 필요했다. 놀랍게도 휴대용 초음파기기는 아직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전자공학도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만들어 낼 수 있겠다 싶었다."거대한 초음파 장비를 휴대용으로 작게 만들자고 하니 큰 회사들이 다들 불가능 하다고 했어요.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기술이 동시에 들어가는 분야로 자동차나 로켓처럼 경험치가 쌓여야 가능하거든요."류 대표는 2012년2월 병원을 그만두고 힐세리온을 창업했다. `스마트폰과 연결되는 휴대용 초음파 기기`라는 목표를 세웠다. 소프트뱅크벤처스 등 투자회사들이 85억원을 투자 했다.3년의 연구 끝에 2015년 첫 제품이 나왔다. 무게 390g, 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스마트폰과 연결해 환자의 상태를 바로 진단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휴대용 무선 초음파기기가 세상에 나왔다.200여년 동안 의사들의 목에 걸려있던 청진기가 IT와 만나 `보이는 청진기`로 재탄생한 것이다. 가격은 1천만원 이하로 책정했다. 시장의 반응은 미묘했다."의사들은 굉장히 좋아했어요. 하지만 병원에서 구매해 주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고, 의사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상업적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었어요."주요 타깃인 응급실과 산부인과는 자금사정이 열악하다 보니 최신 제품에 열광하지 않았다.좀더 대중적인 제품이 필요했다. 신경이나 혈관 탐색을 도와주는 근골격 초음파 기기를 만들었다. 말 같이 고가의 동물을 진찰하는 동물용 초음파기기도 내놨다. 시장은 움직이기 시작했다."올해 출시된 것은 응급이 아니라 일반 클리닉에서 쓰는 제품이에요. 동물용도 개발했어요. 올해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것 같아요."◇ 디지털헬스케어의 길을 가다제품 출시 이후 2년 연속 연 10억원에 머물렀던 매출은 올해 목표로 했던 35억원을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업 5년만에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벅찬 순간도 눈 앞에 와 있다.진단용과 근골격계, 동물용 3개 모델이 구축되면서 2년내 매출 100억원 돌파를 기대하고 있다. 내년부터 기업공개를 위한 상장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우리 회사, 우리 직원들의 신념은 우리가 만든 제품으로 사람을 살리는 것 입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투자자가 많아지더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신념이 바뀌어서는 안 됩니다"힐세리온은 국제기구와 손잡고 휴대용 초음파기기를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가에 보급하고 있다. 이들 나라에는 수억원대의 대형 초음파장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작고 저렴한 휴대용 기기가 유용하게 쓰인다."전 세계적으로 하루 800명 이상의 산모가 사망해요. 다른 병들은 어쩔 수 없지만 산모들은 제때 초음파로 진단 할 수만 있어도 생명을 살릴 수 있어요."3개의 대학과 3가지의 전공, 창업과 실패, 다시 창업을 거쳐 그는 이제 디지털헬스케어의 길을 가고 있다.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의 DNA는 늘 새로운 도전에 반응했다.실패의 경험을 통해 IT(정보기술)와 BT(바이오테크)를 동시에 아는 양수겸장이 됐고,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융합하고 숭고한 이상과 상업적 성과를 매치 할 수 있는 경험을 축적했다."이것 저것 많이 했는데 다 잘 안 돼서 한 거에요. 치열하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했더니 지금은 (지식과 경험)이 모여있는 상태입니다.""세계적인 대세라 언제 올 것인가의 문제이지 방향 자체는 가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헬스케어의 길 입니다."이성경기자 sklee@wowtv.co.kr한국경제TV 핫뉴스ㆍ서태지 아내 이은성, 부내나는 근황 셀카…출산 후 물오른 미모ㆍ“김생민 덕에 돈 번 연예인 많아”...10억 모은 비결은? ㆍ‘송재희의 그녀’ 지소연, 반지하 집 공개…반전 내부 ‘화들짝’ㆍ신주아, 재벌2세 남편과 결혼 후 악플 세례...“태국으로 팔려갔다”ㆍ이수만 조카 써니 "삼촌이 큰 회사 하신다"는 말에 이경규 `깜짝`ⓒ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