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규제보다 원칙 중심으로 개정돼야"
금융투자협회장 "동북아 금융허브 재추진, 지금이 적기"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은 10일 참여정부 시절 추진하다가 답보 상태에 놓인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을 자산운용 중심으로 재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회장은 이날 여의도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동북아 금융허브 구상이 나온 지 10년이 됐지만 이뤄진 것이 없다"며 "펀드시장이 활성화되고 참여자가 늘며 '백가쟁명' 시대로 들어온 지금이야말로 새로운 금융허브 전략을 세울 때"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의 투자은행(IB), 자산운용사, 은행을 우리 자본시장의 동반자로 생각해 '웰컴' 정책을 펴고 장애 요소들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런던과 같은 종합 금융허브, 자산운용 위주의 싱가포르형 금융허브, 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룩셈부르크형 금융허브 가운데 우리 체질에 맞는 금융허브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도 말했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연기금 규모가 크고 세계적 자본시장인 도쿄, 베이징, 상하이 등과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며 "뛰어난 정보기술(IT) 인프라, 영어 소통능력을 갖춘 인재, 치안 등 외국 투자업자들이 선호하는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 현지법인을 세우고 고용을 창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외국계 회사를 유치할 수 있다"며 "자산운용사가 들어오면 증권사들도 함께 들어오기 마련이어서 경제 활성화와 고용 창출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황 회장은 최근 주가 상승에 대해 "기업 이익 개선과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며 "주가 상승의 상당 부분은 탄핵 정국 이후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국내외 투자자의 기대가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우리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는 등 자본시장이 발전함에 따라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이나 투자자의 수익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DP 대비 시가총액 비율은 자본시장의 발전 정도를 보여주는 지표로 영국은 1994년, 미국 1997년, 일본은 2015년에 각각 이 비율이 100%를 넘었다.

황 회장은 최근 기업 이익의 증가세가 삼성전자에 쏠려있는 점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작년과 올해 1분기 삼성전자를 뺀 코스피 상장사의 순이익은 각각 15조2천억원과 19조5천억원으로 4조원 가량 늘었다"며 "코스닥도 실적 개선 체감도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우리 증시가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선 자본시장법이 규제보다 원칙 중심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증시가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지금 자본시장도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모험가와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험가에게 필요한 것은 내비게이션이 아니라 야성과 상상력으로 길을 개척할 수 있게 하는 나침반"이라고 설명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외국의 법과 규제 등 사례 연구에 바탕을 둔 증권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마련해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다.

황 회장은 자본시장의 중요성에 비해 그동안 정책 지원이나 국민 성원이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그 배경에 "업계가 고객보다 회사 이익을 앞세운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하고서 "단기 이익보다 고객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장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chomj@yna.co.kr